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있는 통계센터까지는 불과 350m 거리다. 행정구역은 각각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다르지만 대로를 따라 걸으면 7분정도면 갈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더구나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까지 항상 비치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3~4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통계청 직원들이 코앞에 둔 건물 사이를 업무협의차 오갔다며 출장비를 챙겼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통계센터에서 근무하는 충청지방통계청장은 통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통계청과 통계센터에 입주한 직원들이 양쪽 기관을 오가며 받은 출장비가 무려 5천99차례 8천469만원에 이르렀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정부기관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어이없게 집행하고,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정도로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통계청은 2009년 말부터 반경 12km이내 관내 출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다녀오면 1만원, 4시간 이상 갔다오면 2만원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4월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어떻게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를 오가는데 출장비를 주기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뒤 통계청은 최근부터 양쪽 건물을 오가는 직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정부는 나랏돈을 엉뚱한데 펑펑 쓰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규정 등을 다시 점검해 봐야한다.
더 큰 문제는 통계청의 기강 해이사례가 다른 공공기관 전체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모럴해저드와 방만한 편법운영 사례는 국감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2년여동안 461차례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고, 평일 이용도 51차례에 달했다. 골프장에서 금리나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모양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시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았다니 나사가 풀릴대로 풀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한심스럽다. 경영평가 최하위인 공기업들이 자구노력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요금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몰염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계청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기강을 확고히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