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강력부는 마약인 히로뽕을 2-3차례 투약한 혐의로 고리원전 재난안전팀 소속 직원 2명을 구속했다. 특히 구속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원전내 사무실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간시설인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더구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책무를 맡은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마약에 취해 있었고, 그게 뒤늦게 드러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의 마약 행위는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고리원전측은 마약을 한 직원들은 원전 화재 진압 등으로 업무가 한정돼 있는 소방요원들이어서 원전 안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명했다니 더욱 개탄할 일이다. 문제의 직원들이 원전발전설비 운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요원들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원전사고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고있다.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의 효시인 고리원전에서는 유달리 원전의 안전과 신뢰를 뒤흔드는 일들이 잇따랐던 게 사실이다. 올 2월에는 발전기가 고장나 12분 동안 전원공급이 끊기는 중대 정전사고가 발생했으나, 이 사실을 한달이나 은폐했다가 김종신 사장이 뒤늦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7월에는 수십명의 원전 직원들이 재활용 부품을 새것인 양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대가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무더기로 구속되기도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례에서 보듯 원전은 유사시 국가적 재앙이 초래되는 국가기간시설이다. 원전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투입되는 재난안전요원들의 마약행위를 개인차원의 범죄행위쯤으로 치부하는 고리원전의 태도로 볼 때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고 봐야한다. 이대로라면 고리원전은 물론 다른 원전에서도 지난 2월의 정전사고 은폐나 직원들의 뇌물·납품비리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직원들의 안전불감증과 도덕불감증에 대해 총체적 재점검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한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원전에 대한 신뢰제고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로부터 신망받는 원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