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태풍이 왔을 때야 걱정이 돼 전화를 드렸다. 형제 중 가장 늦게 안부를 물어 온다며 듣기 좋은 투정을 부리신다. 별 일 없으셨느냐는 의례적인 인사에 그럴 리가 있었겠냐고 기다린 듯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다른 형제들에게 몇 번이나 쏟아놓았을 그 황망했던 사건은 이러했다.
성당에서 돌아와 대문을 들어서는데 초로의 사내가 마당에서 서성이더란다. 뉘신가 했더니 엄마 소맷자락을 붙잡고 지붕으로 올라가더란다. 맙소사!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사내가 보여준 장면은 반쯤 허빈 기와로 만신창이가 된 지붕이더란다. 아침나절부터 몰래 지붕에 올라가 장난감 기와를 만지듯 한 장 한 장 뜯어냈던 모양이었다.
이웃집 도움으로 경찰이 달려왔다. 안면부지인 사람이 남의 집 지붕은 왜 뜯었냐니까 태풍에 비샐까 손봐주려 했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지붕 개량 일을 한 적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소행으로 잠정결론이 났단다. 오뉴월 닭이 오죽하여 지붕에 올라갈까, 라며 엄마는 사내에게도 사정이 있을 거라며 연민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기도 잠깐, 지붕 허빈 사내를 위해 며칠 째 기도하는 중이라 했다.
해프닝을 지켜본 이웃과 성당 사람들이 합심해 지붕을 도로 덮어 주시더란다. 팔순을 훨씬 넘긴 엄마가 송수화기 너머로 하는 말 - 이웃은 자식 보다 가깝고 늙을수록 믿는 데가 있어야 한데이. 자식 말고 의지할 데가 있는 엄마의 삶이 감사할 뿐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