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과 실종 25명의 인명사고와 함께 각종 농작물과 양식어장 파손 등 엄청난 피해를 동반했다. 대구 경북은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1천37㏊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큰 것은 중국어선 2척이 전복돼 5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중국 어선들은 제주도 서귀포앞 1.8마일 해상에 떠있었고, 재난상황실에서 피항을 권하는 무선교신을 계속 했지만 거부했다. 불법조업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대한 태풍과 맞서다 참변을 당했다.
태풍이 제주도 인근 해상으로 북상 중이던 지난 24일 태풍의 영향으로 포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3시께 포항시 북구 죽장면 자호천에서 포항북부소방서 소속 서명갑(37) 소방교가 고립된 야영객을 구출하기 위해 개울을 건너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사고도 났다. 태풍 북상으로 인한 호우 예보가 나 있었지만 이곳에는 4명이 야영을 계속하고 있었다. 특히 계곡은 조그만 비에도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기 때문에 비가 올 경우 무조건 피난해야 하는 것이 계곡 야영의 첫 번째 수칙이다. 이들은 비가 오는데도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버티다 끝내 고립됐고, 결국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를 유발했다.
우리는 태풍과 지진, 국지성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에 맞서 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태풍 재해와 가장 가깝다. 태풍의 이동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태풍 발생 때마다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태풍 피해를 막기위해 방파제와 육지 수리시설을 강화하는 등 재해예방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불가항력적인 피해는 그렇다 치고 재해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인재(人災)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연에 겸허할 줄 모르는 인간의 오만과 무지로 비롯된 인재성 재해는 늘 되풀이 돼 왔고, 이번에도 또다시 반복했다. 제14호 태풍 덴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연이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방치해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만큼은 삼가야 한다. 자연재해로부터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