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취자 풀어 줘 부른 화근
20일 오전 4시께 포항시 북구 두호동 발렌타인호텔 근처 2층 주택에 술에 취한 김모(46)씨가 채 침입하려다 바로 옆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으로 떨어졌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인근 H파출소 소속 경찰은 김씨가 술에 만취했다는 이유로 인적사항 등만을 묻고는 바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경찰이 돌아간 뒤 김씨는 인근 H노래방 옆 주차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차 열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홧김에 근처에 있던 벽돌을 집어들었다. 이어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9대의 유리창과 윈도 브러쉬, 타이어 등이 부서졌다.
김씨의 범행은 다음날 아침 차주들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H파출소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포항북부경찰서는 CCTV와 부서진 유리 조각에서 발견된 혈흔 등을 분석해 같은 날 오후 6시 김씨를 붙잡았다.
주민 김모(51)씨는 “경찰이 술 취한 사람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돌려 보낸 이후 차량이 부숴지고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봤다”면서 “만취한 피의자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이 말이 되는가. 만일 범인이 행적을 감췄다면 쉽게 검거할 수 있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 출동한 H파출소 직원은 “당시 김씨는 술에 취해 신발도 신지 않을 만큼 인사불성 상태여서 다음날 술이 깬 뒤 조사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신고된 차량 파손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본서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기자 ktlove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