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임시국회는 지난 5일 개원한 이후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선출하고, 대정부질문과 상임위 회의를 개최한 것 외에는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돼 대법원의 업무가 마비된 지 벌써 2주를 넘었다. 여야가 원구성 협상에서 합의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대통령 사저부지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처리, 그리고 언론 관련 청문회도 여야간 입장차로 표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대치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민생국회가 또다시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정치권의 `특권포기`경쟁과 쇄신 의지가 공허한 립서비스에 불과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과 박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 거부를 논외로 치부하더라도 개원국회의 부실운영에 대한 책임은 여야가 분담할 수밖에 없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 자신의 주장대로 무죄라면 검찰에 출두해 당당히 밝히면 된다. 그게 법을 존중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더 이상 정치권력에 기대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이다.
더구나 현재 국회가 직면한 쟁점들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및 박지원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 불응 논란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야가 건전한 상식과 순리에 입각해 충분히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고, 또한 그렇게 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야가 연말 대선을 의식한 득표전략과 정치공세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며, 오히려 역풍을 자초할 수도 있다. 여야는 오는 3일 임시국회가 폐회되기 전까지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를 비롯해 최소한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실천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여야는 국회 쇄신과 자정 다짐에 `혹시나` 했던 국민들이 `역시나` 하는 실망과 좌절을 느끼지 않도록 개원국회의 뒷마무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