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유럽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수세식 화장실은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훌륭한 이기이나 물을 너무 많이 쓴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설거지물이나 빗물을 모아두고 사용했지만 편리함을 쫓는 인간 심리로 인해 지금은 수돗물을 쏟아 붓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의 물 사용량은 엄청나서 벽돌(2ℓ)을 넣어도 한번에 10ℓ를 쓰지만 편리함이 우선이다. 수세식 화장실의 진화는 눈부시다. 일본 효고현에 만들어진 바다 속 화장실은 그 자체가 명소가 됐다. 수세식 변기를 둘러 싼 해초류와 고기가 노는 바다 속 광경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곳이다. 런던은 밤이 되면 남자 변기가 갖춰진 화장실이 노면에서 솟는다. 점잖은 영국신사들의 노상 방뇨를 방지하는 편의 시설이 됐다.
우리나라 변소는 원래 거름으로 쓰는 농경민족의 영향을 받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산업사회의 발달과 가구 형태의 변화로 가장 빠르게 발전했다. 화장실을 오가는 계단을 피아노 건반 효과를 내어서 명소가 된 곳이 있을 만큼 발전을 거듭, 지금은 견학을 오는 국가로 바뀌었다.
그동안 화장실 문화를 이끌었던 고속도로 휴게소나 여행객들이 갈수록 불어나는 전국의 KTX역사는 사랑방 놀이터와 연결된 듯하다. 신경주역은 유일하게 우수를 정수해서 쓰는 곳이다.
이런 고민 끝에 당국이 올해 내놓은 수세식 화장실 물 절약 방법은 좀 엉성하다. 2012년부터 대형 건축물에는 수세식 화장실의 경우 소변은 4ℓ, 대변은 5ℓ절수형 설치, 물 절약을 시도 한다지만 사실 기존가구들은 절약방법이 난감하다.
지금 유럽은 냄새 없이 태우거나 냉각을 시켜 거름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 기발한 절수방법을 찾는 반면 우리나라는 허드렛물 재사용조차 피하는 가구들로 인해 이 부분에서의 절수 단계는 지극히 초보 단계다.
머리 몸을 따로 씻는 등 물 부족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는 국민수준이어서 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국민이 독일인들처럼 목욕만 하는 습관을 기르면 진주시민이 하루 사용할 물을 절약 할 수 있다고 한다.
5년째 가뭄이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 사헬지역은 지금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며칠 전까지 가뭄을 겪었지만 저수지 바닥이 마를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곡식은 모두 말라버렸고 물을 마시지 못한 가축들은 집 앞에서 쓰러진다. 하루 한 끼 죽 한 그릇을 온전히 목에 넘기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당장 곡기를 넘겨야만 치료가 가능한 어린이가 100만 명이나 된다.
아프리카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가까운 나라에도 딱한 사정이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국제로타리에서 아프리카·아시아 어린이를 돕는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그런 현장을 쉽게 본다.
심장병을 앓는 몽골 어린이를 보살피러 갔을 때에 유목민들을 따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봤다. 겨울을 나는 소년들이 얼굴을 씻는 모습을 보고 물의 귀중함을 가슴 저리게 느꼈던 현장이었다. 몇 명의 소년이 주전자에 담아온 물을 한 모금씩 입안에 넣고 온기가 느껴지면 조금씩 손바닥에 흘러내어서 두 뺨부터 씻는다.
비누세수는 더 기가 막혔다. 손바닥에 고인 물에 비누를 풀어 마치 선크림을 바르듯 얼굴에 가볍게 펴서 때를 걷어 냈다. 물이 그만큼 귀했기 때문이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가는 에베레스트 산동네에도 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물은 있지만 정수가 되지 않은 구정물을 마셔야하는 마을도 아시아에서만 여러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린 지금 물 낭비국가로 분류되는 것이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