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금통위가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 것은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12개월이나 기준 금리를 3.25%에서 묶어뒀던 통화당국이 금리를 전격 내린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끝모를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인 가계부채는 연착륙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안정세로 접어든 물가에 불똥이 튈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실물경기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장의 동력인 수출만해도 올해 상반기 제자리걸음을 하며 흑자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그동안 선방했던 고용도 추락의 길로 들어선 듯하다. 실제 6월 민간부문의 신규고용은 8만4천명에 그쳐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동반 하락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기업의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 물가는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라는 부양 카드를 전격 사용한 것은 이런 요인들을 두루 감안했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감안할때 추경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 재정 확대 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달에도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했던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와 물가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금리가 낮아져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저금리가 거품을 더 키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 물가는 올들어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인플레 기대심리는 여전히 높다.
그간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지 못한 것이나 가계 빚을 눈덩이처럼 키운데는 금리 정상화가 늦어진 탓이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확산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