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호국의 달`이라는 상징은 앞선 현충일에 집약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기리는 것은 바로 저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그 피어린 남북 전쟁의 실체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섬` `미·소 냉전의 서막`이라는 고유명사를 낳았으며 아직까지도 한민족의 정체성과 발전 역량을 좀 먹고 있는 모순 덩어리로 남아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최장의 노동시간을 점하는 국민의 근면에도 불구하고 군사비의 부담으로 국부를 좀 먹고 그로 인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리한 남북의 대치 상황은 우리의 고난이며 수치다.
하지만 질곡을 타개할 주체인 대한민국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애국가의 국가 논쟁`이 철학적 담론을 넘어 국가의 양대 축인 국회와 국회의원에게서 비롯되고 있는 현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유방임의 차원을 함부로 넘나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G-20 서미트`를 개최하고 국격을 내세우더라도 국회의원이 애국가의 정체성을 농담하듯 거론하는 현실은 과연 나라와 국민에게 뿌리내린 역사적 비극이 이 민족에게 학습시킨 결과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한지 되물어 보게끔 한다.
민족 해방(NL)과 민중민주(PD)에서 한반도 모순의 해답을 찾으려 했던 그들도 바로 80년대 말 펼쳐진 민주와 통일 운동의 거리에서 최루탄에 맞서 가며 애국가를 불렀다. 아무리 한국의 진보 세력이 사회의 발전과 함께 그에 걸맞은 지지를 업고 자본을 축적했더라도 이 정도의 교만한 태도로 국가 정체성을 거론한다면 피 흘린 선배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적 역량이 성숙되고 있는 한국사회에는 이제 군사독재 시절 유성환 의원의 억울한 `국시 논쟁`과 마녀 사냥식 사상 검열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 왔다.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국가 논쟁`에 대한 국민의 시각도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결코 냉소하거나 어물쩍 넘어갈 일은 아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한반도의 6월이 우리의 의식을 차갑게 하는 것은 6·25의 비극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