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도 벌써 1년이 더 지났다. 그 당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방재청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24세의 엔도 미키는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식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있었지만 결국 15m가 넘는 쓰나미에 휩쓸려 숨지고 말았다. “빨리, 빨리 높은 곳으로 대피하세요. 지금 큰 쓰나미가 우리 쪽으로 밀려오고 있습니다.”이 방송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허겁지겁 높은 언덕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강한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그 천사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다. 따뜻한 남쪽 해안의 봄 속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은빛 파도를 타고 그녀의 생생하고 정감어린 낭랑한 음성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인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철골, 그리고 엿가락처럼 휜 비상계단 난간을 보니 다시의 처참했던 상황이 상상되는 듯 찾는 이의 발걸음조차 뜸한 상태다. 천사의 목소리 엔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희생정신은 사이타마현 내 125곳의 공립 초등·증·고교 도덕 교과서에 실렸다. `천사의 목소리`란 제목의 내용은 이렇다. “미키란 이름에는 미래에 희망을 갖고 살아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엔도 미키는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은채 필사적으로 주민들의 대피를 호소했습니다” 순식간에 몰아닥친 쓰나미에 엔도는 그만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엔도의 방송으로 마을 주민 1만7천700명 중 절반 이상이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방재청 직원들은 엔도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공무원으로써 그녀가 실천한 의무와 책임은 많은 어린아이들의 귀감과 교훈이 됐으며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엔도를 통한 생명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됐다. 20대 미혼이 남기고 간 순애보 같은 인정있는 이야기 속에 고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