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개원이 결국 무산됐다. 여야가 5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식을 열지 못한 것은 임기 개시 후 7일에 첫 임시회를 갖도록 한 국회법(5조3항)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달 30일부터 4년 임기가 시작된 19대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펼치기도 전에 위법행위부터 자행한 셈이다. 입법부인 국회가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지킨 것이 지난 1996년 이후 단 두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위헌'도 서슴지 않는 여야가 국회법을 어기는 것은 거의 통과의례로 치부되고 있는 게 우리 국회의 자화상이다. 아무리 사소한 절차라 하더라도 국회가 스스로 정한 법을 준수하지 않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입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나 징벌을 받지 않는 것이 바로 `특권'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 관심은 개원국회 공전과 정국 경색이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지에 모아진다. 냉소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때 임기 개시 42일만에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89일만에 원구성 협상을 타결한 18대 국회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냐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직 배분을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힘겨루기가 연말 대선을 겨냥한 `꼼수전략'이 아니라면 4·11 총선에서 서로 앞다퉈 보살피겠다고 다짐했던 민생과 는 과연 어떤 연관이 있는 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만약 개원국회 공전에 따른 국회의원의 태업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혈세낭비를 방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루만 해도 65세 이상이 되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을 통과시킨 18대 국회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더 이상 목도하고 싶지 않다는 게 국민들이 19대 국회에 바라는 최소한의 기대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박한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버리고 원구성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 개원국회를 가동하는 것이다. 여야 정당과 의원들이 자신의 일터인 국회를 방치하면 결국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림받게 된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