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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무상이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4-13 21:44 게재일 2012-04-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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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를 거두고 놓는데 또한 걸림이 있겠는가.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 지구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점점 혼탁해져 가고 있다며 정신 수행을 통해 모든 이들이 대자유와 밝은 지혜를 얻기 바란다는 유명한 법어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스님은 모든 수행자들의 스승으로 선출되게 되었다. 그 분이 평소에 자주 쓰는 법어로 마음을 낼 것 같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현전하고 마음을 내지 않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숱한 꽃들이 피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자고새 우는 곳에 온통 꽃들의 향기가 가득하네. 두 칸 토굴에 다리를 펴고 누웠으니 바다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몸은 뜬 구름같고 마음은 청풍이라. 세계평화는 만세토록 영원할지라고 했다. 1953년 경남 남해 출신의 스무 살 청년은 친척과 함께 가까운 암자를 찾았다고 한다. 종정을 지낸 석우 스님이 거처하던 해관암이라 한다. 스님은 이 청년의 자질이 뛰어난 것을 보고 “한 번 `중놀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청년이 다시 “중놀이를 하면 어떠한 좋은 점들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스님의 대답은 “범부가 위대한 부처가 되는 법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화의 인연으로 출가한 청년은 50여년 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에 추대됐다. 모든 종교의 경우처럼 인생은 무상이요, 허무한 것이며 빈 것(空)이라 했다. 풀잎에 맺힌 이슬같고 지나가는 바람같고 흐르는 물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무상과 허무와 빈 것에서 진리의 구도를 찾고 삶의 참 뜻을 찾는 구령자가 바로 종교의 선지식이라 할 수 있다. 종교와 신앙이 없다면 인간은 방황하고 살 길을 잃어 제 명(命)을 다하지 못하고 나그네처럼 떠돌다 암흑으로 사라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진리에 고개 숙인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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