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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心을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南道 절터여행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4-13 21:44 게재일 2012-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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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글을 많이 쓰는 사진작가`인 이지누는 폐사지의 특별한 아름다움에 취해 전국에 산재한 폐사지를 수도 없이 찾아갔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갈무리로서, 전라남도의 폐사지 아홉 곳을 답사해 길어 올린 기록이다. 모두 여덟 권으로 기획된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는 앞으로 전북, 충청, 경기, 경주, 강원, 경남, 경북으로 차례차례 이어질 것이다.

이번 책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알마)는 맑은 선풍이 맹렬했던 남도의 폐사지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오롯이 담았다. 진도 금골산 토굴터, 장흥 탑산사터, 벌교 징광사터, 화순 운주사터, 영암 용암사터, 영암 쌍계사터, 강진 월남사터, 곡성 당동리 절터, 무안 총지사터 등 신중하게 선별한 아홉 곳의 폐사지는 하나하나 눈여겨볼 만하다.

전라남도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한반도 안에서도 독특한 불교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실제로 전라남도는 수차례 한반도에 새로운 사상적 기운을 불어넣었다. 나말여초에 완도 청해진을 통해 선종 불교를 받아들이는가 하면 고려시대에는 수정결사와 정혜결사 등 선종과 교종을 아우르는 결사운동의 진원지였다. 또 조선 후기에는 두륜산 대흥사를 중심으로 유교와의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러한 사상적 역동성은 불교미술의 새로움으로도 이어져 전라남도의 불교문화 전반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 흔적이 폐사지에 아련하고 신비하게 남아 있기에 저자는 첫 발걸음을 전라남도로 향한 것이다.

절터는 보통의 관광지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깊은 세월에 깎여 주변의 꽃과 돌을 닮은 석조 유물들은 그 자체로 무심(無心)을 강론하는 듯하며 동이 틀 때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돌부처는 거룩한 법열을 절로 일으킨다. 이지누 작가는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오롯이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남도의 폐사지 아홉 곳을 여러 차례 반복해 순례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알마 펴냄, 이지누 지음, 2만2천원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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