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 케럴라인 브레이지어 지음, 유자화 번역, 336쪽
모든 인간은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뼈저린 후회의 말을 남기곤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걸 몰랐을까?` `왜 보지 못했을까?` `왜 듣지 못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었을까?`와 같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와 생생한 기억들은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한다. 죄의식이란 명쾌하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주제다. 논리의 영역을 넘어서며 명확하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지도 않고 어떤 경험으로든 제한 없이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런 어둡고 음습한 죄의식의 영역이다. 오랫동안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저자는 우리가 회피하려 드는 영역 어딘가에 있는 비밀스러운 곳을 들춰낸다. 또한 우리가 행동이나 생각 혹은 존재로 인해 불행하다고 느낄 때 우리 내면에 고이는 불편한 감정이 무엇인지 탐색한다.
`인간은 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가`(알마)의 저자 케럴라인 브레이지어는 죄의식의 대부분이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감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데서 깊은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이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 후에 느낄 모욕감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완벽한 자아를 꿈꾸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새 차처럼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데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모범적인 것에 미치지 못하면 불타오르는 분노 속에서 죄의식이 싹트는 것을 경험한다. 삶의 매끄러운 표면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 죄의식은 습관이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되뇌면서 그것을 확신하고 비통함에 빠진다. 게다가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자청한다. 이러한 행동이 그 사람의 존재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저지른 잘못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해 죄의식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감에서 벗어나 `평범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삶의 일상적이면서도 사소한 잘못들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저자는 우리가 완벽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존재이며 때때로 잘못도 저지르고 비난받기도 하는 인간이기에 잘못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평범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으로 죄의식으로부터 놓여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죄의식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실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자기방어나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하지 말고 아무 감정 없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인 태도는 자신에 대한 비평이나 비난의 감정을 걷어냈을 때 자랄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스스로를 판단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죄의식을 갖지 않아야 한다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죄의식은 누구나 갖는 정상적인 것인데,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눈물 나도록 아픈 비밀과 대면하고, 부딪히고, 결국 용서했을 때 죄의식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조안`이라는 열 살짜리 가상의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서른한 살이 되어 다시 20여 년 전에 살았던 곳으로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가지고 저자는 우리 안에서 싹트는 죄의식의 본질을 짚어낸다. 또한 가상의 이야기와 분석 그리고 해설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죄의식을 탐색하면서 그 특징적인 측면을 설명하고 묘사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에 이론적인 설명을 되도록 넣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이 해석하고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