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부모다. 평범한 자녀를 천재로 키워 낸 칼 비테는 3살을 전후로 아이의 성품과 능력이 대부분 형성된다고 믿었다. 교육심리학에서도 아이의 3살 전후를 매우 중요한 시기로 여긴다. 그렇다고 칼 비테가 무분별한 조기교육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아이의 발달시기에 맞는 적기교육과 가정교육을 중요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생각하는 능력이나 말하는 능력, 글쓰기 능력은 학교나 학원에서가 아니라 가정에서 거의 결정된다. 아이의 장래는 가정교육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다.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난 내 이야기들이 정말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을 부르는 이야기 1`에 나오는 글이다. `내 이야기를 평소 귀담아들어 주는 사람이 부모`라면 그 아이의 자아존중감은 높을 것이다.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듯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가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말문이 트이면 생각이 트이고, 생각이 트이면 문장도 트이게 마련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방법이 가장 좋듯이, 아이에게 토론능력을 키워주고 싶으면 자녀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자녀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부모라면 분명 가족 간에도 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서로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것으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역할토론`을 권장하고 싶다. 찬반토론이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장과 근거의 토론이라면 역할토론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처지와 상황에 맞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으로 인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립하는 경우, 또는 특별히 갈등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 각자 책 속의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일종의 역할극이요 상황극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역할극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찬반토론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역할토론은 일상생활에서 늘 하는 대화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다.
역할토론은 논리가 아니라 `상황`과 `역할`이 중심이다. 논리가 부족하더라도 역할토론에서는 각자 상황에 맞는 다양한 말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극적이거나 독서량이 부족한 아이도 쉽게 할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의 토론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서 역할토론처럼 좋은 방법은 없다. 거실에서 나누는 간단한 역할토론은 따로 토론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단, 아이들과 역할토론을 할 때 부모가 성급하게 핵심을 말하거나 결론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만드는 6가지 원칙`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1950년대에 영국의 톨민 박사가 정리한 것으로 3단 논법보다 매우 쓸모 있는 논리 전개 방법이다. 김병원 박사는 이를 `실용 논리`, `6단 논법을 통한 토론`, `신세대 토론`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다.
6단 논법이란 ①평소 토론 가능한 주제의 안건에 대해 ②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이르게 된 ③이유를 찾아 그것을 제시하고 ④이유의 옳음을 설명하고 ⑤나의 결론에 반대되는 의견이나 생각을 따져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고 ⑥예외를 정리하는 것으로 끝난다. 6단 논법에 따라 생각하고 정리하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토론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저절로 되는 건 없다. `경청`, `대화`, `역할토론`, `6단 논법` 등을 통해 거실과 식탁에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행복한 `토론하는 가족`이 되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