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맨 처음 점이다가 선이다가 광장이 되지 못하고
처음의 그 소실점 밖으로 사라집니다
문은 크다가 스러지고 화사하다가 어둡고
멀다가 안 보이다가 잠기어 침묵하다가 어느 한순간
빗장 내려지고
환히 열리는 때도 있습니다만 어느 한순간에
또 감쪽같이 눈앞에서 퇴장합니다
문은 문이다가 문 밖으로의 사라짐 혹은 문 안으로 사라짐에 대해
절대 설명하는 일은 없고 감각으로 책정되는
문이 강의록만 있을 뿐
문득 내 마지막 문을 나서면 그 뒤는? 허방입니까?
그 무목적성의 텅 빈 충만, 그 부대낌 없는 불안을 어찌 견딜지요
이 지상에 문이 단 하나였다면
오늘의 개인의 세계의 이 진화는 과연 왔을지요
나 다시 올 겁니다 알 수 없는 문의 감옥, 이 지상으로
오일장처럼 설렘으로 가득 찬 문. 문. 문
평생을 문을 열고 나오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닐까. 문은 묶임과 풀림의 경계이고 장치가 아닐 수 없다. 문밖에 나오면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문 안에 듦으로서 느끼는 안온함이랄까 안정감 같은 것. 시인은 그에 보테어 오일장처럼 설렘으로 가득한 문을 통하여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순진하고 맑은 마음의 한 자락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