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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을 위해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3-06 21:42 게재일 2012-03-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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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스피드 시대라 모두가 빨리 빨리다. 줄서기가 급하고 신호등 기다리기가 초조하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조급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 수많은 세월과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고 있는 사람은 교도소 재소자들이다. 필자도 재소자 정신교육 지도자로 수년 간 강의를 한 일이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시간과 인생의 방향을 잘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어느 교도소 재소자들이 푼돈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소중한 것을 보내왔다. 정말 감명 깊은 일이다. 신약성서에 보면 옥중에 갇힌 바울이 옥밖에 있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처럼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바깥 세계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가 오히려 감동이 되고 있다. “액수는 얼마 안되지만 한 달 동안 열심히 쇼핑백을 만든 대가로 받은 각별한 의미의 우표이니 정말 소중한 곳에 써주길 바랍니다” 배달된 편지 내용 중 일부였다. 그 편지 속에는 1천750원짜리 우표 6장과 250원짜리 우표 4장을 넣었다는 것이다. 1만1천500원어치였다. 공동모금회는 우표는 교도소에서 현금 대신 통용되는 것으로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다고 한다. 주인공은 보건법 위반으로 형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다. 병원에 근무할 땐 직원들과 환자들이 동전을 모아서 기부하곤 했는데 올해는 재소자 신분이라 달리 기부할 길이 없어 우표를 대신 보낸다는 사연이다. 그리고 여자교도소에서도 20만원이상이나 되는 우표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그들도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가난한 자들에게 옥중 서신도 함께 동봉한 것이다. 기부의 축복을 받은 이들로 “어려움으로 인해 춥게 보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타오르게 하길 소망한다”는 내용이다. 그들도 힘들게 살아가며서 바깥 세상을 걱정한 사람들이다. 죄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이지만 뉘우치는 자에게 용서가 필요하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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