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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끼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2-27 21:38 게재일 2012-02-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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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이 분명한 것인데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 중에 `자리끼`라는 말이 있다. 아마 연세가 지긋한 분들만 아는 말이다. 밤에 잠을 자다가 깨어 마시려고 잠자리의 머리 맡에 두는 물을 가리킨다. 겨울철 방안을 데우기 위해 해질 무렵이면 군불을 뗀다. 그러면 잠이 들 시간이 되면 반드시 물을 떠서 방 구석에 놓은 용도는 두 가지이다. 건조한 방을 가습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빨래를 방에 널기도 하고 물수건이나 걸레를 빨아서 딴 곳에 둔다. 우리 조상님들의 과학적인 처방으로 방안의 건조한 공기를 막기 위함이나 요즘 같으면 전기 가습기 역할용으로 쓰이는 지혜로운 방식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우리나라의 전기 가습기의 소독제로 인해 임산부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신체 허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생겨났다. 가습기에 사용하는 소독약이 그 원인으로 밝혀져서 병원과 가정에서 큰 난리를 치뤘다. 공기는 신선해야 한다. 사람이 공기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 죽는다. 특히 신체가 연약한 환자나 유아들에겐 맑은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한다. 감기니 폐렴이니 하는 질병은 주로 공기를 통해서 감염이 되므로 좁은 공간에서 세균성 소독제가 풍기는 공기의 오염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호흡은 단순히 숨을 내쉼과 들이마심에 불과한 것 같지만 그 공기 속에는 각종 먼지와 세균성 이물질이 들어 있어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다. 폐의 기능이 절대 건강해야 함은 생명과 직결되기 위해서이다. 요즘 사람들은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신선한 공기과 물을 찾는 것도 호흡기 질환에 이상을 끼치지 않기 위함이다. 아침에 잠이 깨면 문부터 활짝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고 방안의 혼탁한 공기를 정화시킨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머리맡의 자리끼가 자다가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이 바로 인체의 건조함을 해소시키고 방안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므로 물수건 두고도 했던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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