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란 낯섬에서 오는 축복. 낯섬의 `섬`이란 말에서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 있는 섬을 바라본다. 여름에서 가을로 기운, 고개 너머 더덕 냄새 달라붙는 소백산 세밭계곡 입구에서 만난 자동차 주행거리 200,000㎞. 길가에 차 세우고 그간 달렸던 곳곳의 이력을 허공 지도 한 장에 잇는다. 섬, 섬, 섬------ . 둥글다. 지구 자오선 40,000㎞의 다섯 배. 낯섬이 내 앞에 필연으로 머물고 있다. 수평선에 목매달아 사이렌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처럼 가보고 싶은 그린 미지의 섬, 낯섬.
`낯섬`이라는 말은 `낯섦다`라는 말에서 온 말로서 시인이 의도적으로 `낯섦`이라 하지 않고 낯섬이라고 표기하고 있음을 시를 읽으면 느낄 수 있다. 우연이란 낯섬에서 오는 축복이라고 하고, 낯섬이 내 앞에 필연으로 머물고 있다고 한 시인의 속내를 곰곰 생각해보면 시인의 의중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