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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脈)을 찾는 사람들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2-22 21:53 게재일 2012-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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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脈)이라는 말은 원래는 혈맥의 준말이다. 그리고 맥박, 광맥, 맥락, 엽맥의 준말로도 쓰인다. 줄기, 연결의 뜻도 지니고 있다. 사람이 사는 사회적 요소 가운데 서로 간의 관계를 맺고 산다. 일가, 친척, 친구, 선후배, 그리고 고향 친지가 있어 서로가 얽혀 조화롭게 사는 것이 사회다. 세상 사람들은 날마다 아는 사람을 찾고 매일 그 사람과 만난다. 여기에 맥의 관계가 형성된다. 같은 성씨의 혈맥,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맥,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학맥이 있고 사람 사이의 교류에 인맥이 있다. 이상의 것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출세에 많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얼마전 통계에 의하면 60% 가까운 숫자로 일자리 얻는 과정에서 인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15세에서 30세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이 12%라 한다. 이런 청년들을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빽(back-배경)의 힘`이 없으면 취업이 더욱 힘들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인맥과 연줄이 없이는 그야말로 `맥도 못춘다`는 것이다. 연고 채용이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서류나 채용시험만으로는 구직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잘 아는 사람의 추천과 평가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공개 채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알음알음으로 직원을 뽑기도 한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작용한다. 추천자의 권위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공정한 사회라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의 특유한 인맥 문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고용을 위한 사회·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라 한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서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연결홰 주는 공공 고용서비스부터 강화하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이다. 인맥과 연줄 없이도 기술과 재능으로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정말 건강한 사회이다. 제도를 만들자.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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