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계를 승부조작의 함정에 빠져들게 한 대표적 원흉으로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주(錢主)와 브로커, 조폭이 가담한 `어둠의 커넥션`은 불법사이트를 아지트로 한 가운데 선수들을 끌어들여 승부를 조작해왔다. 이들 어둠의 세력은 경기조작 각본을 사전에 파악해 실시간으로 거액의 베팅을 하고 그 배당금을 끼리끼리 나눠 가진 것이다. 답을 알고 시험치는 격이라 돈 버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이런 불법사이트가 무려 1천 개가 넘고 그 시장규모도 연간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다시 말해 어둠의 커넥션이 활개치는 불법사이트만 엄단해도 승부조작은 상당부분 근거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에 불법사이트들은 하루가 다르게 독버섯처럼 번성해왔다. 그리고 베팅금액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수법도 혀가 내둘려질 정도로 다양하다.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놓고 베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내용 자체를 사전에 하나하나 조작해낼 만큼 용의주도하고 대담해졌다.
차제에 그동안 방관하다시피한 불법사이트를 엄단할 대책을 세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불법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지만 최근 연이어 불거지는 승부조작 파문에서 보듯이 실효성은 없었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체육계 비리근절 종합대책`이 실효를 거둘 만큼 탄탄하게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