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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제대로 하라

등록일 2012-02-15 21:33 게재일 2012-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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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뒷걸음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하이닉스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사 선임과 관련해 `중립 의견`을 제시한 것을 보면 주주권을 행사할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중립 의견은 결국 13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정부측 위원 2명이 사퇴하는 파행을 초래했다.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는 “중립의견 결정은 유효하나 국민연금 의결위가 원래 설립 됐을 때의 목표를 실현하기 힘들다고 보고 사퇴했다”고 말했다. 함께 사퇴한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중립의견 결정은 국민연금의 기존 입장과 다르다며 재벌을 위한 편의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결정한 배경은 이렇다. 의결권행사전문위 9명의 위원 중 1명은 해외에 나가 있고, 1명은 중립, 1명은 기권 의견을 냈다. 나머지 6명은 3명씩 찬반이 갈려 `중립 의견`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는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거나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해 국민연금은 작년 3월 최 회장의 SK와 SK이노베이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최 회장이 2003년 구속기소됐던 1조5천억원대의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2008년 5월 대법원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유죄를 확정한 게 근거가 됐다. 국민연금은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이사선임에 대해서도 같은 근거로 반대했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전용한 혐의로 8년 11개월만에 다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지 않아도 재벌의 횡령·배임을 비롯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재벌이 경제성장에 큰 공이 있지만 지금은 `시장 독식`과 `탐욕 경영`으로 비난받고 있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진을 감시하고 투명 경영을 유도할 책임이 크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총회 안건 2천770건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것은 152건(5.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경영진에 우호적인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주주권 행사 강화가 관치의 입김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지만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부터 제대로 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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