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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구 시대가 온다

등록일 2012-02-13 21:45 게재일 2012-0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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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할아버지, 할머니란 말이 있다. 여기에서 앞자리에 오는 말`할`이란 말은 `연세가 지긋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늙은 남자의 존칭으로 쓰이며 아버지의 아버지란 뜻이고 조부 또는 왕부라 하고 할머니도 역시 그런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런데 늙은 여자를 놀리거나 얕잡아 일컫는 말 가운데 `할망구`란 말이 있다. 쓰이는 유형이 다소 천하게 여겨지는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망구(望九)는 90세를 바라보는 80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남자수명은 77.5세이고 여자는 84.3세라 한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 남녀가 모두 할망구 시대가 온다. 옛날에는 인간 70세 고령장이라 하여 할망구 시대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주 귀하지만 인간 가치를 상실한 세대로 여겨 사람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망구의 시대가 벌써 오래 전에 대두됐다. 경로당에 가서도 망구가 되어야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아래는 방 청소나 하고 담배 심부름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나이 계란 두 판인 60이 넘으면 먼저 가족들로부터 조용히 쉬시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들에게 유일한 소일거리는 야산으로 산책하는 일이나 인근 텃밭 가꾸는 일이 전부가 되곤 한다. 하지만 사회에 더는 필요한 존재가 아닌 취급 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허무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20~30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함을 느낀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80~90을 넘기면 오래 사는 일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천명 대상으로 `평균수명 90세 시대에 따른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3.3%가 할망구 이상으로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고 인생의 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다는 답변은 28%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 내 지게에 지고 갈 몸이지만 모두가 자식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이 안타깝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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