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정치판과 경제계에서 뇌물을 가리켜`악마의 덫`이라 했다. 한 변호사가 쓴 시론時論)에 `뇌물은 쥐약`이라고 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쥐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쥐약이 든 음식을 먹는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그렇다. 위장에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상한 음식이나 과식을 해도 탈이 나고 기름진 음식이나 잘 씹지 않고 욕심을 내도 탈이 난다. 이런 음식은 영양에 도움도 되지 못하고 곧 토해 버려야 속이 시원하지 꾹 참고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면 병원에 가든지 약을 먹어야 한다. 쥐약을 먹은 쥐는 죽는다. 영리한 쥐는 쥐약을 먹지 않는다. 뇌물도 피해가고 거절해야지 먹으면 걸리기 마련이다. 뇌물이 쥐약과 다른 점은 쥐약은 사람에게 덕을 주지 못하는 쥐를 잡기 위한 것이지만 뇌물은 대가를 받으려고`먹이는`것이어서 주고 받는 동안 공생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물을 먹은 사람은 돈에 팔린 노예의 신세라 한다. 돈이나 상품권이나 향응에 넘어간 순간부터 목이 조여 자유는 없다. 노예는 언제든 돈으로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사정이 이 때부터 정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된다. 돈 준 사람은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 지고 돈 받은 자는 마음이 조이기 시작한다. 노예의 신세가 되어 어디로 팔려(?)갈지 마음이 불안해 진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고 돈은 많이 있어도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돈이다. 명예를 위해서 사람들이 설친다고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돈이다. 뇌물을`검은돈`이라고 하는 것은 밤에 거래한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세상에 드러내 보일 수 없는 더러운 돈, 구정물이기 때문이다. 벌써 상한 돈이요, 냄새나는 돈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정말 참고 거절하기가 힘든 것이다. 뒷 일이 어떻게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인맥에 얽혀 패가망신하는 악마의 유혹이다. 견디기 힘들때 견디자.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