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분단되기 전에는 하나의 언어였던 우리말이 분란을 겪으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갔다. `와플과 구운 빵지짐`, 이 매우 다르게 보이는 두 단어는 사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같은 말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 언어의 변화에 큰 차이점을 두고 있지만 외래어 수입으로 말의 의미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남한어는 많은 외래어를 수용했기에 일상 생활에서 외래어를 흔히 접할 수 있는 반면 북한어는 대부분의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한다. 필자도 며칠 간 북한에 가 있으면서 그래도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 원뿌리만은 그대로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 내에서도 외래어가 조금씩 사용도 늘어나고 쉽게 쓴다. 그들도 외래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북한말로 `얼음보숭이`라는 것이 북한 외래어 순화의 흔한 예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스크림으로 불린다. `직승기`가 아닌 `헬리콥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분단 직후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을 계속 사용했는데 북한은 이를 폐지한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따라서 남한어에서 두음법칙에 따라 `ㅇ`으로 순화되는 첫머리 `ㄴ,ㄹ`이 북한어에서는 △락동강 △리영희 △랭장고처럼 그대로 쓰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의 동무와 남한에서의 동무가 다른 것처럼 다른 사회적 이념 때문에 동일한 어휘가 남북한에서 각기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의 `궁전`은 어린이들이나 근로자들을 위해 교양·교육 수단과 체육·문화 시설들을 갖춘 크고 훌륭한 건물`을 뜻한다. 그래서 소년궁전원은 최고의 교육·훈련 기관이다. 또 `천리마`는 인민들의 혁명적 기상을 상징하고 `예술`은 기술과 수련을 가리키며 `아가씨`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남한에서 쓰이는 동일한 어휘의 의미와는 크게 다르다. 사실 두 나라 두 언어가 밟아간 과정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아직도 우리 말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