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차떼기 정당`이란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던 한나라당이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까지 불면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공중분해 내지 좌초의 위기에 내몰렸다. 당시 당내에서는`총선은 해보나마나`라는 패배의식이 널리 퍼졌으나, 그 때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장한 각오로 당을 쇄신해나갔다. 한나라당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당사로 들어가 국민앞에 철저한 반성과 쇄신노력을 약속하면서,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이재 겨우 8년이 흐른 2012년 1월, 4월 총선까지는 1백일도 남지 않은 시점의 한나라당에 또 다시 차떼기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 사퇴에 이어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단골 구원투수`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재등단해 고군투하고 있는 마당에 느닷없이 터져나온 돈 봉투 전대 소식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패닉상태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만약 전당대회 대의원 매수행위까지 사실로 드러나면 한나라당의 도덕성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비록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오십보백보라는 게 정설로 나돌고 있지만,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돈봉투 전당대회`를 폭로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참고인 조사에서 “2008년 7·3 전대 직전에 현금 300만원이 든 `친전(親展) 봉투` 를 전달받았고, `박희태 명함` 이 들어 있었다”고 밝힌 데 이어 전대 다음날인 7월4일 반납하자마자 박 의장측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까지 진술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고 의원의 폭로에 이어 당시 제10차 전대를 앞두고 박 후보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책임진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48곳 당협 가운데 30곳의 사무국장들에게 각 50만원씩, 합계 2천만원의 현금을 전달하려 했다는 구 의원들의 폭로까지 나왔다.
검찰은 결연한 수사 의지로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환부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도려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판단기준을 위해서라도 `돈봉투 전대`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한 점 의혹도 남겨선 안된다.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