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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간정(玉磵亭)과 모고헌(慕古軒)

영남이공대 교수
등록일 2011-12-29 20:54 게재일 2011-12-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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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간정, 모고헌
조선시대에는 전망이 훌륭한 곳에 정(亭)을 많이 세웠다. 정자 건축의 공간구성은 예나 지금이나 그 본질적인 차이는 있을 수 없다. 정자건축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전통건축이 자연과 조화되고, 심지어는 자연 그 자체로 동화되어 버리는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영천 화북면 횡계리 횡계천변에 옥간정(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0호)과 모고헌(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1호)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야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도로(별빛로)가 정자 뒤로 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산속 좁은 오솔길 밖에 없었다.

옥간정은 조선 숙종 때 성리학자인 정만양과 규양 형제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숙종42년에 세운 정자이며, 보현산을 배산해 좌우에 선곡제와 두리봉을 거느리고 전면으로 계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정남향으로 터를 잡고 있다. 대지의 고저차를 이용해 정자의 전면은 다락집으로 꾸미고 배면은 단층으로 비교적 아담하게 꾸몄다. 사주문을 들어서서 풍뢰당 측면을 끼고 들어가면 정면 3칸, 측면 4칸반의 `ㄱ`자형 누각 건물의 옥간정 배면 마당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 앞쪽을 흐르는 홍류에 내려가기 위해서 옥간정 좌측으로 좁은 협문을 내놓았다. 이 문을 내려와 작은 배를 타고 그 옛날 정만양 형제가 계곡을 오르내리며 정담을 나눴다고 전한다.

한편, 모고헌은 옥간정에서 서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횡계서당 내에 있다. 동생 정규양이 숙종 27년 이곳에 집을 짓고 태고와(太古窩)라 했으나 영조 6년 문인들이 개축해 모고헌으로 고쳤다. 서당 맞은편 계류변 절벽위에 위치한 정자 뒤편에는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가 건물의 역사를 말해 준다. 계곡 측에서 보면 중층 누각건축이지만 뒤에서 보면 단층 건물이다. 정자의 전면에만 계자난간을 세워 개방하고 나머지 3면은 판벽과 판문으로 폐쇄한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사면에 툇간을 돌리고 그 가운데 온돌방을 둔 독특한 평면구성을 갖추고 있다.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명승 제40호 `소쇄원`과 유사한 평면구성이다.

올 1월6일부터 1년 동안 게재한 `최영식의 문화재산책`에서 필자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문화재를 찾아내어 이것을 독자들과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문화재를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전통은 모방과 답습으로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필자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는 늘 과거의 전통은 앞으로의 전통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밑거름이 되게 해야 한다는 말로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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