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입시모드로 바뀐다. 그때부터는 모든 지향점이 입시로 귀결된다. 인성이니 창의성이니 상상력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어느 초등교사가 “초등학교 때 아무리 공들여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하는 교육은 입시라는 괴물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서울대 몇 명, 명문대 몇 명, 대학 진학률 몇 퍼센트로 명문이니 기적이니 운운한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오사카 와카야마현에 있는 기노쿠니 학교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안학교다. 이곳은 산속 깊이 위치한 자연친화형 학교다. 일명 `일본의 서머힐`이다. 아이들은 5일간 학교 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월요일 아침, 산길을 따라 다시 등교한다. 맑은 공기와 넓은 운동장,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곳, 전교생 240여 명에 무학년제로 운용하는 학교. 그곳이 바로 기노쿠니 학교다. 선생님들끼리도 직급이나 상하 구분이 없다. 중요한 일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 기노쿠니 학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프로젝트 수업`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맞춰 1년간 연구주제를 정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농장반`, `목공반`, `독버섯 연구반` 등 프로젝트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호리 신이치 기노쿠니 학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보통 선생님들이 내는 문제의 답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맞고 틀린 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창의력 교육의 메카라고 불리는 영국의 프라이어리 학교는 영국 정부가 인정한 창의성 학교이다. 이 학교는 교재가 그림이다. 한 가지 그림을 통해 언어, 수학, 역사,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친다. 한마디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다. 프라이어리 학교가 이러한 그림 수업을 한 이후에 학생들은 각종 창의력 대회에서 수상했고, 이런 수업 방식은 영국 정부로부터 창의적 커리큘럼으로 인정받았다. 영국은 이러한 창의력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수년 뒤 영국은 물론 세계를 이끌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창의력은 미래 사회의 성공 키워드이며, 이것은 바로 학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서울대 몇 명 합격이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학교, 기노쿠니와 프라이어리 학교를 떠올렸다. 특정 대학에 얼마나 들어갔느냐로 명문을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우리도 `창의적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학생들이 행복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최고의 학교를 가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