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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학교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2-23 23:54 게재일 2011-12-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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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
각 대학의 수시 결과가 발표된 모양이다. 스물네 명의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지역의 모 고등학교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다. 울릉도에서도 57년 만에 서울대 합격자가 나와 섬 전체가 떠들썩하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서울대 합격생 수는 그 학교가 명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왜 그럴까?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실시한 `2011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는 124위, KAIST는 94위, 포스텍이 53위를 차지했다. 세계 100위권에도 못 드는 서울대지만, 한국에서는 대우가 남다르다. 한국인에게 서울대는 출세와 성공의 상징을 뜻한다. 이미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서울대 출신의 영향력은 지대(至大)하다. `서울대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더해 무엇하겠는가. 각고의 노력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수재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모쪼록 이 사회를 이끌어 갈 건강한 주역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좀도둑보다는 똑똑한 도둑이 더 무섭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봐왔으니 말이다.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입시모드로 바뀐다. 그때부터는 모든 지향점이 입시로 귀결된다. 인성이니 창의성이니 상상력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어느 초등교사가 “초등학교 때 아무리 공들여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더니 딱 그 꼴이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하는 교육은 입시라는 괴물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런데도 서울대 몇 명, 명문대 몇 명, 대학 진학률 몇 퍼센트로 명문이니 기적이니 운운한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오사카 와카야마현에 있는 기노쿠니 학교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안학교다. 이곳은 산속 깊이 위치한 자연친화형 학교다. 일명 `일본의 서머힐`이다. 아이들은 5일간 학교 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월요일 아침, 산길을 따라 다시 등교한다. 맑은 공기와 넓은 운동장,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곳, 전교생 240여 명에 무학년제로 운용하는 학교. 그곳이 바로 기노쿠니 학교다. 선생님들끼리도 직급이나 상하 구분이 없다. 중요한 일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 기노쿠니 학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프로젝트 수업`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맞춰 1년간 연구주제를 정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주제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농장반`, `목공반`, `독버섯 연구반` 등 프로젝트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호리 신이치 기노쿠니 학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보통 선생님들이 내는 문제의 답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맞고 틀린 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상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창의력 교육의 메카라고 불리는 영국의 프라이어리 학교는 영국 정부가 인정한 창의성 학교이다. 이 학교는 교재가 그림이다. 한 가지 그림을 통해 언어, 수학, 역사, 미술, 음악 등 여러 가지 과목을 가르친다. 한마디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다. 프라이어리 학교가 이러한 그림 수업을 한 이후에 학생들은 각종 창의력 대회에서 수상했고, 이런 수업 방식은 영국 정부로부터 창의적 커리큘럼으로 인정받았다. 영국은 이러한 창의력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수년 뒤 영국은 물론 세계를 이끌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창의력은 미래 사회의 성공 키워드이며, 이것은 바로 학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렇게 실천하고 있다.

서울대 몇 명 합격이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학교, 기노쿠니와 프라이어리 학교를 떠올렸다. 특정 대학에 얼마나 들어갔느냐로 명문을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우리도 `창의적 커리큘럼`을 자랑하는, 학생들이 행복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최고의 학교를 가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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