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도자는 시대의 변모에 따라 비록 그것이 추구하는 형태와 기능, 미적 효과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그 바탕을 흐르고 있는 정신은 하나이며, 그 정신은 우리 고유의 예술적 형식을 통해 한국 민족의 미에 대한 관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적 조형미란 말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문화의 근원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의 근원에 대한 해명이 없이 한국적이란 말을 설명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전통이란 미래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데 그 의의가 있으며, 또한 전통의 발판 없이 민족문화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미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민족성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민족의 생활상에 따른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조선시대 백자와 같이 당시대인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언제나 외부로부터의 영향과 내부로부터의 성찰이나 자각에 의하여 변모되어 왔다. 한국 도자 문화 역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하여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는 주면서 끊임없이 변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도자의 본질이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실 본질과 성격이란 한 장의 종이와 같아서 표리의 관계처럼 불가분의 위치에 있는 것이며, 동시에 이들은 본체와 현상과도 같아서 이원적으로 볼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특성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근원적 실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노력이 요청 된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모르면서 세계화에 뛰어들면 우리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험난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풍비박산이 되고 만다. 이제 전 세계는 어떠한 보호막도 없이 아무 규제도 없는 경쟁 속에서 이겨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속에 보이는 장벽보다 더 넘기 어려운 머리싸움의 장벽이 높이 도사리고 있다. 이때에 문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화를 통하여 자신의 분명한 주체를 찾고, 미래의 새롭고 훌륭한 민족상을 정립시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작품은 인간의 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삶에서 추상화한 가장 다듬어진 표상이다. 그러므로 우리 백자에 나타난 미적 가치는 삶의 철학을 이끌어가는 인간의 정신을 표상한다는 점에서 인간가치와 동일시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역사 속에서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아 예술의 유산으로 남겨진 미술품들 중에 숨겨진 미적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떠한 사상으로 살았으며, 그들이 추구하였던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관, 그리고 형이하의 세계에서 표현되고 있는 인간 가치가 우리의 백자를 통해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연구가 부족하고 안목도 없고 넓고 깊게 보지 못하는 사람의 독백 같지만 나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가 자연과 하나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확신한다. 문화는 각 국가와 민족이 여러 가지 형태로 교류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주체를 세우고 우리만의 독특함과 독창성, 고유함을 지니면서 외래문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계속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만 우리 문화를 보존,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끊겨 없어지고 헝클어졌던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흔들리는 우리를 연결해 우리의 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 그 중에서도 우리의 도자기에 관한 것이지만 무엇이든 근본에 접근하면 다른 길도 눈에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