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형님(이상득 의원)을 위한 변명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2-19 23:28 게재일 2011-12-19 23면
스크랩버튼
이경우편집국장
사람들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골똘히 생각하고, 추측의 단계를 넘어 연구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예 그럴 것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는 인간의 이런 인지 능력의 한계를 원인 착각이라고 했다.

최근 포항은 `형님` 문제로 시끄럽다.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MB) 대통령의 형님이자 6선 국회의원인 이상득(SD) 전 국회부의장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놓고 일부 민심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그는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밑거름이 되겠다`며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보좌관의 구속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세상은 그가 그 문제 때문에 불출마를 결단했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분위기다.

생각해보면 형님의 불출마 선언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불경스런 말씀이 아니라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MB 정권 이전 지난 10년 대구 경북은 정부의 예산 지원에서부터 각종 국책사업은 물론 정부 고위층 인사와 정권의 입김이 미치는 각계 기관의 인사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는 홀대를 받았다. 그러다가 MB 정권이 들어섰지만 중요 사안의 길목마다 지난 정권의 관계자들이 사사건건 `형님 어쩌구` 하며 발목을 잡은 때문이다.

포항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번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내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SD의 공천에 반대했을 때 통 크게 수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대통령의 형님이자 전직 5선 국회의원인데 현역이 아니라고 힘이 빠지는 것도 아닐 것이란 추측이다. 5선 의원 경력의 대통령 특사로 해외 자원외교 활동을 비롯한 각종 국가적 임무를 수행했다면 6선 의원으로서 벌였던 성과를 넘는 실적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그러면 포항으로서는 2명의 국회의원 외에도 또 한 명의 실세 정치인을 두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엔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과연 주위에서 그냥 두었겠느냐는 이야기다. SD 본인으로서야 민원이나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에 전혀 관계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또 단호하게 뿌리칠 의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냥 둘 리 없으니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구설에 휘둘리게 된다는 논리다. 만약 자연인 신분으로서 본인이나 관련 인사들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형사상의 혐의를 쓰게 되면 그 비난의 강도는 훨씬 강해질 것이다. 물론 현역 의원이 아니라면 그만큼 공식 보좌관을 둘 이유도 없고 이럴 경우 국회의원 보과관의 호가호위보다는 위험의 우려가 적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어쨌든 SD로서는 억울하고 분하기조차 할지도 모른다. 거슬러보면 SD가 코오롱상사 사장에서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88년 13대 국회의원이 되면서부터다. 3선 이상을 좀체 허용하지 않는 지역 풍토에서 내리 6선을 챙긴 그다. 2선 의원 경력의 서울시장인 6살 아래의 동생 MB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SD는 거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동생이 왕이 되었다고 형제들을 모두 유배보내던 왕조 시대도 아니다. 세상은 SD가 대통령의 후광으로 국회의장까지 노린다고 오해하지만 그로서는 동생 때문에 국회의장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일종의 역차별이라고 항의할 수도 있을 법하다. 이런 추론 조차도 필자의 인지능력의 한계에서 오는 원인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았을 때는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처럼 보좌관을 잘못 관리한 죄가 그에게 얼마나 미칠지는 사정기관의 조사가 밝혀 내겠지만 어쨌든 그가 진정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못다 한 일들을 기꺼이 맡아 줄 것을 당부한다. 또 내년 총선에서는 그의 업적을 이어받을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