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전쟁의 참화로 잿더미가 된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끝 모를 애국심과 사명감 하나로 황량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이 곳 포항 영일만에 제철소 건설의 대업을 일으켰습니다.
제철보국(製鐵保國)! 제철소 건설의 성패가 `산업국가 대한민국`의 흥망을 결정할 것임을 알고 실패할 경우 영일만에 빠져죽으리라는 `우향우 정신`으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이 땅에 기적과 같은 역사를 쓰신 것입니다. 고인의 애국심과 사명감, 강철과 같은 의지가 없었다면 어찌 이런 과업이 가능이나 했겠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또 회장님은 제철보국과 함께 국가를 발전시키고 이끌어갈 핵심동력으로 교육보국(敎育保國)을 주창했던 위대한 교육자셨습니다. 포스코 정문에 걸려있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글귀에서도 나타나듯 회장님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최고의 덕목이라 생각하고 교육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그 결과 포항은 포스텍과 같은 세계적 공과대학과 유수의 연구소가 자리한 세계적인 교육·과학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회장님의 청렴함과 인간적인 품성을 떠올리면 당신께서 얼마나 숭고한 분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포스코를 창립한 경제계의 큰 어른이자 대한민국의 총리를 지낸 분이지만 정작 당신은 단 한 주의 포스코 주식도 소유하지 않으셨으며, 본인 소유의 집 한 채 없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서도 오히려 권력을 멀리 하였으며, 재산이 생기면 교육사업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전부 내놓으셨습니다. 일 앞에서는 엄했지만 뒤에서는 직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속정 깊은 지도자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9년 포스텍 졸업식에서 하신 회장님의 연설이 기억납니다. 회장님은 `비록 베트남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지만 베트남 청년들은 조국의 경제발전만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학도들은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남북통일까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학도들이 더욱 정진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하셨습니다. 포항제철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혁신과 창의로 포스코를 지속적인 성장의 반열에 올리고, 포스텍을 세계적인 공과대학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최초의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등 회장님은 항상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아갈 바를 고민하신 선각자이자 애국자셨습니다.
이제 고인께서 가고 없는 큰 빈자리를 생각하니 오직 슬픔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매 고인이 남기신 자산은 우리의 가슴 속에 무한합니다. 조국에 대한 충성, 국민에 대한 끝없는 사명감, 어떤 역경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철과 같은 의지, 인간에 대한 사랑, 창의와 혁신과 같은 무형의 자원에 대한 선견지명.
박태준! 세 글자에 담긴 이 정신들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바를 알려주는 표석이 되어 되살아납니다.
비록 고인은 갔지만 고인의 숭고한 정신과 위대한 영혼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저 용광로와 같이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타오를 것이며 `애국심을 갖고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 달라.`는 고인의 유언은 우리 53만 포항시민과 포스코가 하나 되어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삼가 영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