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몹시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년전 목포해경 박경조 경위가 중국선원이 내리친 삽에 얻어맞고 바다에 떨어져 비명횡사한 사건의 아픈 기억이 또렷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당시 박 경위 영결식장에서는 똑같은 비극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의가 충만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다짐을 비웃듯 무차별 폭력을 동반한 중국선원들의 극렬한 저항에 또다시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이 경사 영결식 참석자들도 그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자는 각오를 굳게 다졌을 것이다. 그의 애석한 죽음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희생자가 나올 때마다 똑같은 다짐을 거듭한다고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대응책을 추진하든 결국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실천이 관건이다. 특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청호 경사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 모두에게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우리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짓밟고 귀중한 어장을 황폐화시키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행태를 뿌리 뽑는 일이다. 어설프고 허술한 대응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틀을 완벽하게 다시 짜야 한다. 그래야만 훼손된 해상주권을 원상복원하고 수호해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 어장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하면서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들에 더는 농락당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대로 관계 부처가 협의해 서둘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번에도 용두사미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문제 해결은 그야말로 요원해진다. 이제 박경조 경위나 이청호 경사와 같은 희생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는 일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