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헌법 제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12월2일`로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새해 예산안이 제때 처리된 것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02년이 유일하다. 특히 18대 국회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18대 국회 4년 내내 강행처리하는 신기록을 남기는 것은 물론, 이미 극에 달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부채질해 여야 모두 공멸의 길로 치닫게 될 것이다.
국회 예결위에는 326조1천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예산안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국회 상임위 심사를 거치면서 11조5천억원이나 부풀려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지역구 챙기기 예산 등을 경쟁적으로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뻥튀기 된 예산안이 예결위에서 어떻게 칼질 될지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판국에 새해 예산안이 또다시 한나라당 단독으로 심의되는 등 졸속처리되면 적잖은 문제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예산 심의보다 더 중요할 수 없다. FTA 투쟁과 예산안 심의를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해 예산안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라도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막판 정치력을 발휘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