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이다. 권위보다 소통을 앞세운 의사의 따뜻한 진료에 감동한 미국의 어느 80대 환자가 병원에 우리 돈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쾌척한 일이 있어 미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매슈(85)와 캐럴린(82) 부부가 시카고 대학병원 내과 전문의 마크 시글러(70)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거금을 선뜻 내놓았다고 뉴욕 타임즈 등이 밝혀낸 것이다. 두 부부는 “시글러 박사처럼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를 많이 배출해 달라는 취지에서 기부했다”고 한다.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고 막히지 아니하고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흔히 듣는 얘기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너무나 소중하고 필수적인 자세이다. 남편 매슈는 미국에서 쇼핑몰 체인을 하는 부동산 투자신탁회사의 설립자이다. 세계적인 의료윤리학자이기도 한 의사 시글러는 10년 전부터 이들 부부의 진료를 담당한 사이였다. 수년 전 남편 매슈가 갑자기 큰 수술을 받게 되자 시글러 박사는 최상의 수술진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집도의가 정해지자 그는 매슈의 손을 잡고 집도의를 찾아가 병세를 자세히 설명했다. 시글러 박사는 담당 의사로서 수술실에도 함께 들어가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환자의 생각으로 의사가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시글러 박사의 태도는 매슈 부부가 오래전에 겪었던 오만한 외과의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었다. 우리도 그런 경험을 병원에서 수없이 경험하게 된다. 시글러 박사도 “의사가 치료 과정에서 질병에만 관심을 두고 환자를 소외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원활할 때 치료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사회학자 리드는 “지극 정성은 정신의 성장을 조장하고 기대 이상의 정신을 풍부케 하는 언제나 통용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