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험생들이 접한 논술문제는 대부분 공교육 밖에서 출제됐다고 한다. 인문계열에선 고등학생 수준에선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는 용어가 담겨 있는 지문 문제, 자연계열에선 아예 정답을 요구하는 수학·과학문제가 많았다. 한국외대에선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가렛 하딘의 `경쟁배제의 원리` 등 제시문이 모두 영문으로 출제됐다. 이러니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쩔쩔맬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교수들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학들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능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논술을 어렵게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고교 교육의 틀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선 곤란하다. 이제 정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넘겨받은 대교협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평소 학교 공부로 대비할 수 있도록 반드시 문제를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 대학측에 단순히 쉽게 내라는 애매한 권고로 끝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학들도 참여시켜 `공교육 범위 내 출제` 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논술이 공교육범위내에서 출제된다면 지금처럼 수험생들이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실려가는 `안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논술은 수능이 끝난 직후 집중적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오전에 시험을 본 후 오후에 다른 시험장으로 달려가기 위해 퀵에 의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교생이 풀 수 있는 논술이라면 굳이 수능 이후에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얼마든지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수험생을 태운 수백대의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내년부터는 사라지도록 대교협과 대학의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