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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담배꽁초의 보복

박미숙(포항북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장)
등록일 2011-10-18 20:41 게재일 2011-10-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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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3일 새벽 3시15분. 포항시의 한 주유소 앞 도로를 통과하는 화물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몇 분 후 연기는 불덩어리가 돼 타오르고 소방차의 진화로 불은 사라진다. 차량운전자의 경악과 불안과는 상관없이 적재물과 차량 내부는 검은 재로 변해 매캐한 냄새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차량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흔히 보게 된다. 그 흔한 광경이 운행 중인 차량에서 차량화재로 번진 실제 사례다. “작은 담배꽁초를 버렸을 뿐인데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러한 생각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대부분 재난사고도 안전 경시에서 비롯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생한 화재 2만5천552건 중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가 50.9%인 1만3천22건이며 이 가운데 담배꽁초로 말미암은 화재가 32.4%인 4천219건에 이르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버린 담배꽁초가 실제 사고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서울시에서 담배꽁초 투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버리는 순간을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 따라 궁리된 방법이 차량 `블랙박스`를 통한 증거 확보이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담배꽁초 투기 행위 단속이 힘들자 조례 제정을 통해 차량 블랙박스로 담배꽁초 투기 행위를 촬영해 동영상을 제출하면 자동차 운전자에게 과태료(3만원)를 부과하고 신고자에게는 신고보상금(1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자동촬영되는 블랙박스 특성상 신고자가 파파라치로 전락할 위험도 없어 단속 건수가 상당수이고 도로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에 대한 제제는 도로교통법(제49조 1항)상 통고처분(운전자, 범칙금 3만원)과,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범칙금 3만원)이 있다. 이렇게 각종 규제를 열거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고민해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자존심과 생명권이다. 담배꽁초 투기와 같이 작은 공중도덕에 블랙박스라는 단속장비까지 동원된다면 인간의 자존심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며, 화재가 발생해 생명에 위협이 있다면 몇만원의 범칙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도 저렴한 대가일 것이다. 자존심 회복과 생명권 보장이라는 큰 가치를 작은 담배꽁초에서 찾아 사회 평온을 확보해보자.

/박미숙(포항북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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