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어던진 장한 한국 순교 성인 성녀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린다. 궁극적 목적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구원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서다.
물론 순교 신심은 특별한 시기에만 고양시키는 그런 신심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인은 언제나 순교할 준비를 갖추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교회헌장 42). 그럼에도 교회가 순교자 성월을 별도로 정한 것은 순교 신심만큼 신앙 쇄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순교 신심만큼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참된 신앙을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주 찾는 진목정 순교성지를 소개한다.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 순교 후 묻혀
피정의 집·성당 지어 신앙인 넋 기려
진목정 성지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허인백(1822~1868, 야고보), 이양등(?~1868, 베드로), 김종륜(1819~1868) 등이 순교하기 전 숨어 살던 동굴(범굴)이 있는 곳이며, 그들이 처형된 후 육신이 땅에 묻혀 흙이 된 곳이기도 하다.
옛부터 참나무가 많았을 뿐 아니라, 참나무 정자가 있어서 진목정(眞木亭)이라 칭했다.
단석산 동편 정상의 넓은 분지는 옛날 신라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했던 도장이었다. 이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예전 사기굴의 가마터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오래 전 부터 마을을 이루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1592년 임진왜란때의 피난지였다고도 한다.
1866년 대원군 병인년 대박해를 피해온 김해 출신 허인백 야고보와 서울 출신 이양등 베드로, 충청도 공주 출신 김종륜 루카 등은 언양 간월산 죽림리(공소)에 모여 신앙생활을 하던 중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이곳 산내면 단석산 범굴로 숨어들었다.
순교자들이 호랑이 굴을 빌려서 생활할 때, 바위 굴 산 중턱에 있는 큰 바위에서 밤중에 호랑이가 이따금 울어대 근처 다른 짐승들이 순교자들이 머무는 굴에 침입하지못했다고 전해진다.
이와는 달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다가 체포된 곳을 죽령 교우촌으로 본다. 범굴에 숨어살던 허인백 등은 결국 감영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경주 감영에서 두 달 정도 감옥생활을 하면서 갖은 심문과 고문을 당하였지만 당당하게 버텼다.
대원군 박해의 특징은 천주교 신자들을 배교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참후계(先斬後啓)의 명령에 따라 지방관들이 자의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자들을 마구잡이로 처형한 후 보고마저 생략해 무수한 무명순교자(無名殉敎者)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해 7월 하순 울산 병영으로 이송돼 그곳 장대벌에서 차례로 순교했다. 그때 울산 동천 강둑에 묻어 두었던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의 시신은 허인백의 부인 박조이의 노력으로 진목정 공소 뒤편 도매산 중턱에 모셔졌다.
1932년 5월28일 순교자들의 유골을 감천리 교구 묘지로 이장했다가 1973년 다시 대구 신천동 복자성당으로 옮겼으며 지금 이곳에는 가묘만 남아있다.
이들 순교자 3명이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범굴, 진목성지 십자가의 길이 범굴로 가는 길이라 십자가의 길 정상에 범굴이 있으나 지금은 입구가 무너져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한다.
초기 한국 천주교회 최양업 신부가 사목방문을 다녔던 8개의 공소 중 한 곳이며, 순교자들의 후손들이 100년전 부터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진목 공소이다.
소태골 피정의 집에서 범굴로, 범굴에서 진목 공소를 거쳐 순교자 묘지까지 2시간30분 정도의 산행길이 이어지는 진목정 순례길이 조성돼 산내지역을 성지화 했다.
진목정 순교성지 개발위원회에서는 진목공소주변 지역에 소규모 피정의 집을 10채 가량 지어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순례자들을 수용하고, 현 순교자 묘지 옆의 부지를 선정해, 세 분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실 수 있는 순교자 성당을 짓고 있다.
진목정 순교 성지는 그동안 신앙적·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신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진목정 성지의 세 순교자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은 지난해 교황청에 심사를 의뢰한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로서,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구대교구는 경주 산내본당에서 성지에 이르는 도보 순례길을 조성하고, 진목공소와 순교자들의 묘지 인근에는 개인, 가족 등을 위한 소규모 피정의 집 10여 채를 만들 예정이다. 특히 묘지 위에는 세 순교자들과 함께 안치를 원하는 사제·수도자·신자들의 유해를 모시는 유해 안치소를 겸하는 순교자성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창수 진목정 순교 성지 담당 신부는 “건립 예정인 순교자성당은 세 순교자들을 비롯한 선배 신앙인들의 넋을 기림과 동시에 내 훗날의 터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곳으로, 순교자와의 통교를 이루는 데에 더 없이 좋은 기도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한 달 간 매일 오전 11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성지는 앞으로도 이곳을 순례하고자 하는 본당 등 단체를 대상으로 미사와 성지순례, 피정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오는 24일에는 진목정 성지에서 오전 10시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미사와 도보성지순례`를 실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진목정 가는 길
○승용차 이용 : 경주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건천을 지나 산내면으로 진입한 후 언양 방향으로 약 4km를 달리면 왼편에 `진목정 성지` 표지판이 나온다.
○대중교통 이용 : 경주시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버스(청도방향). 산내면(의곡리)에서 언양방향으로 가는 차편을 얻어타고 내일리로 가야 한다.
○문의 : 천주교 대구대교구 경주 산내본당 (054-751-1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