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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 우 일신(日新又日新)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09-14 23:47 게재일 2011-09-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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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안철수 현상은 한마디로 기성정치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폭발이다. 하필이면 안철수냐는 것이 의문일 수 있다. 해답은 그가 정치권과는 관계없는 사람이며, 비정치권의 스타로 정치적 행보를 했기 때문에 민심이 쏠린 것이다. 민심은 정치권에 오염되지 않은 메시아를 찾다가 안철수 뇌관이 터지는 것을 보고 한꺼번에 분출한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민심이 바라는 메시아 같은 정치인이 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6일간의 정치 행보로 서울시장의 꿈을 접었고 이후에도 정치권에 들어올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민심의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6일간의 정치 행보만으로도 여야 정치권이 맥없이 무너지고 대통령 후보군에 든다는 대권잠룡군의 크고 작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빛을 잃어버리는 놀라운 안철수 현상은 아직도 해석만 구구할 뿐 기성정치권의 대응 수단은 전무한 상태다. 특히 집권세력인 한나라당은 안교수로부터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직격탄을 맞고도 당 지도부는 자성론과 자해론으로 엇갈리는 논쟁에 우왕좌왕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남의 일인듯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구나” 한 것은 아직 민심의 실체를 제대로 못 보는 것 같다. 민주당도 허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명색이 제1야당으로 정권대안 세력임을 자부하면서 안교수가 민주당은 안중에 없는 듯 무당파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는데도 그와의 후보단일화 주장만 염불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보기에도 딱하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그동안 여야 정치행태에서 누적된 것이다. 우리가 세계적 경제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다고 자랑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절망적 상황을 겪고 있다. OECD국가중 자살률 1위, 청년실업의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천안함 폭침 등 안보불안의 가중, 집세폭등, 물가급등, 저출산 고령화 등 결코 미룰 수 없고 지나칠 수 없는 숱한 안보 경제 문제 등에 대처하는 여야정치권은 국리민복보다 당리당략으로 보낸 세월이 얼마였던가. 과연 이들 정파에게 우리의 장래를 맡겨도 될 것인가. 회의해온지 오래였다.

역사에서 민심을 살피지 못했던 정권과 체제가 무너진 경우는 수없이 많다. 정변과 혁명이 일어난 것은 반드시 이를 선도한 지도자가 우수할 때만 있었던 일도 아니다. 중국의 진나라는 중국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였고, 최초의 황제였던 시황제는 막강한 무력을 가졌지만 그 체제는 불과 3대를 넘기지 못하고 일개 무식한 머슴 출신에게 망하고 말았다. 진승(陳承)이란 인물은 과중한 부역에 못 이겨 신음하던 불과 몇 안 되는 힘없는 백성들만으로 진나라의 체제에 도전했고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사마천 사기의 저술에서 빠진 부분을 메웠던 저소손(楮少孫)은 한(漢)나라 최고의 석학이었던 가생(賈生)의 논평을 인용해 “진황제 2세, 즉 자영은 사람들에게 살해되어 웃음거리가 됐는데, 이것은 어째서일까? 그것은 인의정책을 실시하지 않음에 있으며, 그리고 공취(攻取)와 수성(守成)의 형세는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요즘 말로 한다면 정치가 국리민복을 팽개치고, 정권을 잡고난 뒤 국민들을 평안하게 함으로써 조상이 이룩한 나라를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리도 이제 세계에 몇 안 되는 잘 사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난 화려함만으로는 다수의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는 없다. 정치가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그같은 화려함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 중국에서 하(夏)나라를 멸하고 은나라를 세웠던 탕(湯)왕이 자신의 세수대야에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 새겨놓고 마음을 가다듬었던 사실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성을 위해 매일 아침 자신과 나라의 과오를 반성하고 쇄신하려는 자세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 기성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제2, 제3의 안철수는 언제나 나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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