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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에 민감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14 20:19 게재일 2011-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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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이 없는 헛된 기세를 허세라 하고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을 ㄴ아비라 한다. 어렵게 살았던 시대의 경험자들도 요즘 씀씀이가 그때 그 시절을 잊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옛 속담에 `상놈이 말타면 종을 앞세우고 싶다`는 말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가 도를 넘고 있는 사례가 종종 귀를 의심케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행하는 관용차량에는 내구연한 이란 게 있다. 최소한의 사용 기간을 정해놓고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다. 한 두 대씩 번갈아 타면서도 5년 이상 또는 12만km 이상이면 무조건 교체 대상이다. 아직도 멀쩡한 차를 바꾸는데 세금을 물 쓰듯 낭비한다. 꼭 그러한 기준에 반드시 맞춰야 하는지 묻고 싶다. 지자체 관계자도 담당장도 제돈 아니라고 눈 감고 있는 형편이다. 어려운 살림 알뜰하게 살면 그만치 풍요로운 점이 있을텐데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우리 서민들 가정에서 5년된 차를 낡아서 못탄다고 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자동차 공장에서는 차량 판매 후 4~5년에 10만km 안팎을 무상 보증기간으로 잡고 있다. 고장없이 자신하는 기간과 주행거리이다. 시민들 세금 한 푼만 밀려도 과태료 붙여 팍팍 끊는다. 예산이 없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하면서도 자기들 몫의 것은 목숨을 걸고 챙긴다. 새 것에 너무 민감한 탓인지 품위 유지에 손상이 가는지는 시민으로서는 알 길이 막연하지만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더러 있다. 어떤 곳에는 재정난에 모라토리엄(지불유예)까지 선언하면서도 호화로움도 잊은채 허세만 부리는 몰골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본청과 산하기관까지 합쳐 모두 1900대의 차량을 보유한 어느 시의 경우 내구연한을 1년만 연장해도 차량 교체 비용 등 연간 8백여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시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자면서 정작 공직자들은 세금을 줄줄 흘리고 다닌다. 새 것이 좋아서.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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