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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제사 어떻게 지내나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1-09-09 21:57 게재일 2011-09-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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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제사 어떻게 지내나

고향 향한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아니면 부모님 계시는 곳, 그도 아니면 큰형님 댁으로 모두들 모여든다. 추석이기 때문이다. 거기 가야 조상님 차례를 모실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분이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마음이 조금 더 당기고,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신다면 더더욱 그렇다. 차례를 올리고 묘소에 인사 드린 다음에야 놀러 나가도 마음이 가볍다.

`보본반시`(報本反始)라는 말이 있다고 했던가? 뿌리에 보답하고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라 하고, 조상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을 가졌다고도 했다. 차례 혹은 제사라는 게 이런 것이다.

모두들 어려워 하는 제사법

앞서 봤듯, 차례 혹은 제사는 그냥 제사만이 아니다. 흩어져 사는 후손들을 저렇게 불러 모으는 구심점 역할도 해 준다. 차례가 아니면 더 보기 힘들었을 형제간도 그 일로 짬을 낸다. 조상님들은 돌아가셔서도 후손들 단합을 걱정하시는가 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두들 제사 지내는 법을 어렵게 생각한다. 절차를 매우 엄중하게 느끼는 게 원인일 수 있다. 자잘한 동작까지 경(敬)으로 해받치니 새 세대에겐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웬 절차가 저리도 까다롭나 싶게 세세한 것도 겁을 먹게 했을 수 있다.

그런 걸 걱정해서 나라는 1969년에 벌써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간소화를 추진했다. 조상에게 일러 올리는 말씀인 축(祝)이 한문으로 돼 있어 알아듣기 힘든 것을 인정, 옛 풍속을 받드는 유도회가 솔선해서 한글 축을 만들기도 했다. 풀어놓고 보니 그저 우리 일상생활에서 하는 말과 다름 없는데 왜 그렇게 꽉 막혀 지냈을까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제사법도 마찬가지다. 원리만 설명 듣고 나면 누구나 아, 그쯤이야 나도 알 수 있지! 한다. 제사 홀기에 쓰이는 용어들이 어렵지만 그 역시 한자라서 그럴 뿐이다. 철시복반! 하면 모르지만 그 뜻이 “숟가락 거두고 밥뚜껑 덮어라”라는 것임을 알게 되면 “그러면 그렇지” 할 수 있다.

제사를 관통하는 원리

상차리기에서부터 차례 진행하기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복잡한 원칙성어들이 매우 많이 오간다. 상차리기의 경우, 앞뒤를 둘러싸고도 그렇지만 좌우를 놓고는 더 용어가 현란하다. 이런 얘길 들으면 순식간에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 안철수 원장이라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그러나 제사에도 그걸 시종 관통하는 원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건 간단하다. 초등학생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것만 알면 저 복잡한 지엽말단은 금세 초탈될 수도 있다. 원리부터 살펴보자.

한마디로, 제사 또한 산 사람 접대하는 것과 꼭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리집에 손님이 온다면, 먼저 인사를 하고 다음엔 술상부터 봐 낸다. 그렇게 접대를 하다가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낸다. 그리고 일어서시면 배웅하고 전별 인사를 한다. 이게 전부다.

그러는 도중 옆집 친구를 불러다 인사 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아이들 불러 인사 올리게 할 수도 있다. 제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곁다리 절차는 얼마든 추가할 수 있다. 적어도 현대에는 그렇다.

원리만 흐트리지 않고 따라가면 큰 문제 없다는 뜻이다.

원리에 따른 제사 순차

제사는 처음 조상에게 인사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걸 한자로 번역하면 `참신`(參神)이 된다. 그럴 때 우리 조상만 모시는게 비좁다면 주위 여러 선인들을 함께 초치해 대접할 수 있을 것이다. `강신`(降神)이라는 절차가 이것 아닌가 싶다. 강신 때는 잔에 술을 부었다가 세 번에 나눠 지운다. 그걸 삼제라 부르는 듯하다.

그렇게 인사가 끝났으면 이제 술을 권해 올릴 차례다. `올린다`는 말을 한자로 번역하면 `헌`(獻)이 된다. 처음 올리는 술잔은 초헌, 둘째는 아헌, 마지막 잔은 종헌이다. `초`는 처음, `아`는 두번째, `종`은 마지막이란 뜻이다.

첫 술잔을 올려 놓고는 조상께 오늘의 일을 일러 올린다. 차린 것 없으나 달게 잡숴 달라고 말씀 드리는 것이다. 그게 `축`이다. 틀에 박힌 축을 뜯어보면 내용이 별 것 없다.

그저 저 정도다. 차라리 한글로 글을 지어 읽어 올리면 어떨까 싶을 때도 있다. 제문과 겸해 간곡한 마음을 전해 올리는 방법 말이다.

술은 보통 저렇게 세번에 걸쳐 올린다. 맞이가 첫 잔을 올리고, 망자의 친구나 외래 참사객이 종헌을 한다고 책에 나와 있다. 아헌과 종헌 사이에는 별도로 술잔을 올리고 싶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와서 잔을 받들어도 좋다고 한다.

다만 저런 3헌의 법은 제사에 쓰는 것이라 했다. 추석·설에 지내는 차례 때는 그러지 않고, 술을 한번만 올린다는 것이다. 아헌 종헌은 없는 셈이다.

이렇게 술 권하기가 끝나고 나면, 다음엔 밥을 드시게 권할 차례다. 이 말을 한자로 번역하면 `유식`(侑食)이다. 그럴 때는 먼저 밥뚜껑을 열어야 하고, 다음엔 숟가락을 꽂아 드려야 할 것이다. 이걸 어렵게 표현한 말이 `계반삽시`(啓飯揷匙)다. 표현만 어려울 뿐이니 잊어버려도 무방할 것이다.

조상이 저렇게 식사를 하시는 동안 후손들은 대체로 방 밖에 나가 있거나, 엎드려 기다린다.

그리고 식사가 끝났다 싶으면 순서를 반대로 해 밥 뚜껑을 덮고 숟가락을 내린다. 이건 `철시복반`(撤匙復飯)이라 한다. 앞 문장 바로 그 뜻일 뿐이다.

이후 제관들은 일제히 송별 인사를 올린다. 제사는 대체로 이 순서로 진행된다고 안내서에 나와 있다.

절 하는 법

여기서 잠깐 눈여겨 둘 것은 절하는 법이다. 이것마저 요즘은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아 별별 희한한 절 모습이 다 나온다. 무슨 동물들이 널브러지듯 고꾸라지며 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처님께 올리는 방식으로 절을 해 대는 사람까지 있다.

우리 전래의 절하는 법에서 주의할 신체 움직임은 팔 움직임과 허리 움직임이다. 허리를 펼 때 팔은 몸과 90도 되게끔 둥그렇게 감아 올린다. 아마도 중국영화에서 쉽게 보는 읍하는 방식에서 유래한 것 아닌가 싶다. 그리 허리를 굽힐 때는 그에 맞게 내렸다가 도중에 45도 가량 감아 올리는 등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안동향교와 안동성균관청년유도회의 도움을 받아 차례 지낼 때 절하는 법을 사진 순서대로 소개한다.

⑴ 손을 포개어 잡고 대상을 향해 바르게 선다.

⑵ 허리를 굽혀 포갠 손으로 바닥에 짚는다. 손을 벌리지 않는다.

⑶ 왼쪽 무릎을 먼저 꿇은 후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과 가지런히 꿇는다.

⑷ 왼쪽 발이 앞(아래)이 되게 발등을 포개며 뒤꿈치를 벌리고 엉덩이를 내려 깊이 앉는다.

⑸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며 이마를 손등에 댄다. 이때 엉덩이가 흔들리지 않게 주의한다.

⑹ 일정기간 머물러 있다가 머리를 들며 팔꿈치를 바닥에서 뗀다.

⑺ 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운 후 포개어 잡은 손을 바닥에서 떼어 그 위에 얹는다.

⑻ 오른쪽 무릎에 힘을 줘 일어나서 왼쪽 발을 오른쪽 발과 가지런히 모은다.

⑼ 팔을 수평으로 뻗쳐 공수한 손을 밖으로 원을 그리면서 공경을 표하는 읍례로 마무리 한다.

상차리기 원리도 동일

그러면 상차리기는 어떤 순차로 해야 할까?

그것 또한 손님 접대와 같은 순서다. 먼저 술을 드신 후 밥을 자시고 마지막으로 후식을 먹는 순서다. 그러니 신위가 앉은 자리에 가까운 쪽부터, 먼저 술잔을 놓고, 술 안주거리들을 놓고, 다음엔 밥 반찬을 놓고, 마지막엔 과일을 놓는다. 우리 산 사람이 하는 것과 뭣이 다를까?

이 원칙만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때에 따라 변용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가가례(家家禮)라고, 집집마다 풍습이 다르니 그걸 따르는 것은 각 집안 사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원리만 제대로 파악하면 젊은 세대라도 금방 제사법을 이어받을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고집스레 복잡한 가문별 제사법을 지키느라 디테일에 집착하다가 본령마저 놓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안동향교 류기홍(78) 전교는 “차례 지낼 때 제례가 각각 조금씩 다르고 각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이 다르기 때문에 제수도 다르다” 면서 “형편에 따라 그저 밥 한 공기, 물 한 사발로도 제사를 지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정성스런 마음” 이라고 말했다.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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