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춤은 세대마다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로 변화했다. 앞가슴을 내밀고 살랑살랑 흔드는 원더걸스의 전성기 춤은 사뭇 남자를 유혹하는 고혹적인 동작이다.
“소녀시대 일본 침공완료”라는 어느 신문 연예면 제목만큼이나 K-팝이 일본 열도는 물론 유럽까지 진동시켜 한류 열풍을 잇고 있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인디아 여인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잡고 K-팝을 가르쳐 달란다.
지금 한국에는 걸그룹이 범람한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 선발주자를 바짝 뒤쫓는 그룹에다 데뷔의 기회를 노리고 밤낮없이 연습하는 팀도 숱하다고 한다. 독특한 안무와 개성 넘치는 노래, 고혹적인 의상으로 무장하고 경쟁에 뛰어들다보니 10대가 추기에는 민망스런 `쩍벌`춤이 나오기도 했다.
가히 한국사회는 지금 춤 세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춤을 못 추면 행세를 못 할 정도다. 어느 행사이던 학교 댄싱 팀이 등장하고 벨리댄스(배꼽춤)가 꼭 낀다. `재즈댄스부터 벨리댄스`라는 댄스학원 광고 현수막이 아파트단지를 점령한지는 오래 됐고.
입장료를 받는 동네 `춤방`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붐비는가하면 임신부들도 라틴댄스를 즐기는 세상이다. 춤은 세대마다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가 됐다. K-팝이 하루 10시간이 넘는 피나는 노력 끝에 성공했다면 2002년 한국 월드컵 때에 등장한 꼭짓점 댄스는 분위기로 한 시대를 제압했다.
맨 앞 꼭짓점에서 선 리더의 춤사위를 따라 동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꼭짓점 댄스의 춤사위는 1990년대 세계를 휩쓴 `마카레나`와 흡사하다. 양팔을 접었다 펴고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머리에 올리고, 엉덩이를 한 바퀴 돌리는 마카레나는 당시 세계 모든 경기장 응원 춤이었다.
1970년대 춤은 `허슬`이다. 한 줄로 길게 서서 추는 `허슬`은 따라 하기가 쉬워 중 장년을 사로잡았다.
춤에다 노래를 입히면 뮤지컬이다.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이 한국에 소개되기는 1962년 서울 드라마 센터에 오른 `포기와 베스`였다.
1966년 예그린 악단이 공연한 `살짜기 옵서예`가 만 5천 명 관객을 끌어 들였을 때부터 뮤지컬이 본격 알려졌다. 그해 10월26일 `살짜기 옵서예`를 처음 무대에 올린 초연(初演)날이 후일 `한국 뮤지컬의 날`이 됐다. 그로부터 40년 후 한국뮤지컬은 춤과 노래로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공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07년부터는 한해 통상 정통뮤지컬만 100편쯤 무대에 오르고 100만 명 이상이 공연장을 찾아 매출도 2천억을 넘겼다. 2006년의 최고 히트작이었던 `맘마미아`와 `미스 사이공`은 20만 관객을 끌어 들였으며 지금도 지방에서는 흥행이 순조로운 뮤지컬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년 뮤지컬이 `신(新)문화산업`으로 족보에 올리고 매출 역시 3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했을 만큼 성장했다.
우리나라 서울은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으로까지 꼽힐 정도다. 이러니 유럽과 일본 뮤지컬까지 서울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간판 뮤지컬 `십계`나 `로미오 앤 줄리엣`으로 이어지고 `라이온 킹`이 장기 공연을 했을 정도다.
문화유배지가 되는 지방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서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세계의 명작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곳이 됐다.
한국에는 춤과 뮤지컬 마니아층(層)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K-팝이건 뮤지컬이건 신 문화산업으로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질적 소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이 흥얼거리는 응원구호가 되듯이 K-팝, 한국 뮤지컬이 세계를 지배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11일 개막한 경주세계문화 엑스포도 어김없이 세계의 춤과 뮤지컬로 시작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