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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유흥업소 괴담, 마무리 될까

김남희기자
등록일 2011-08-12 21:47 게재일 2011-08-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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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잇따른 자살사건으로 지역은 물론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일명`포항 유흥업소 괴담`.

지난해 7월부터 발생했던 유흥업소 여종업원 자살 사건은 1년이 지난 최근까지 모두 8명의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최근 포항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의 모임인 `한마음회`회장이 경찰에 구속되면서 포항 유흥업소 괴담도 진정세를 되찾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과연 포항괴담은 이렇게 마무리 될까.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성산업착취구조를 이번기회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의 목소리는 더 강력하다.

◇ 유흥업소 여종업원 목숨 앗아간 `포항괴담`

2010년 7월7일부터 나흘 동안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4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포항괴담`은 시작됐다.

7월7일 오전 5시30분께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원룸 화장실에서 L씨(32·여)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43·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L씨의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1억원대의 사채에 시달려 왔었다.

다음날인 8일 오후 8시께는 숨진 L씨와 함께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L씨에게 빚보증을 서준 K씨(36·여)가 남구 대도동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10일 오후 5시30분께도 L씨, K씨와 알고 지내던 유흥주점 종업원 M씨(23·여)가 남구 대잠동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유흥업소 괴담은 지난해 10월 또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포항시 남구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는 K씨(34·여)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올 1월 남구 대잠동 한 원룸에서 속칭 `도우미`라 불리는 유흥업소 여종업원으로 일해오던 A씨(23·여)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이어 3월에는 남구 상대동 S룸살롱에서 속칭 `새끼 마담`으로 일했던 C씨(27·여)가 업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S룸살롱 업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것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선택했으며, 6월에는 북구 죽도동 한 원룸에서 S씨(26·여)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했다. S씨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자살 사건 이후 지역에서는

숨진 유흥업소 여성 중 사건의 발단이 된 L씨와 K씨는 최고 연 2천889.8%의 불법 고리로 약 1억원 가량의 사채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상대로 법정금리를 초과한 고리이자를 받고 협박 등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한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로 대부업자 7명을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 5월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유흥업소 업주 Y씨(36·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마담 2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J씨(28) 등 성매수남 26명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각종 모욕과 신변 비관 등으로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자살이 잇따르자 포항남·북부경찰서는 경감을 팀장으로 하고 전체 7명으로 구성된 `유흥업소 성매매 단속반`을 발족하고 현판식을 열기도 했다.

포항시도 유흥업소 종사자 인권보호를 위해 대책회의를 여는가 하면 경찰과 함께 특별대책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포항지역 40여개 유흥업소 업주들의 모임인 `한마음회` 회장이 경찰에 구속됐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업소 여종업원에게 선불금을 빌려준 뒤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K씨(50)를 지난 8일 구속했다.

◇ 시민단체 `성산업착취구조 해체` 주장

지역 유흥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한마음회 회장 K씨가 구속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포항괴담`이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일시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업주 한 명이 구속됐다고 해서 포항괴담이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성산업착취 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자살사건을 개인적인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문제로 접근,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책위는 “지역 업소의 영업형태 및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행위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근,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성매매알선을 제외한 착취구조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또다시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자살하는 것은 뿌리깊은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이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흥업소를 통한 접대문화 등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의식도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포항시와 경찰 등 수사기관도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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