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다음날 아침 10시, 환호동에서 해변길로 운전해가면서 온통 나뭇가지 투성이인 영일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넓은 영일만이, 이곳에서 저곳까지 온통 나뭇가지 등 부유물 투성이었다.
북부해수욕장에는 장마철임에도 반짝 햇빛과 해변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하지만 나뭇가지 등 부유물들에 넋을 잃었으리라. 저녁뉴스를 보니 이 같은 예전에 없던 부유물은 형산강 상류 주변을 정리하면서 베어낸 나무와 잡초더미가 치워지기 전에 폭우를 만나 모두 떠내려 온 것이라고 했다.
내가 살던 미국의 한 동네도 1950년대에 폭우와 하천범람으로 마을이 파괴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는데, 그 원인은 봄철 산불에 근처 산들이 전소했는데, 그 잔해가 치워지지 않은 채 폭우가 내려 그 타다 남은 나뭇가지와 재가 골짜기의 하천을 메워 버려, 폭우로 늘어난 하천물이 주변마을에 큰 범람을 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그때 홍수와 진흙더미에 묻혀 몇km를 떠내려가다 구조된 당시 십대초반이었던 여자아이는 지금은 장년을 지나 노년이지만 가끔 당시를 회상하는 기사와 함께 지역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때의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 뿐더러 다시는 그 같은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 또 다른 볼일로 북부해수욕장 해변길을 지나게 됐는데, 언제 치웠는지 백사장 인근 바다에는 부유물이 거의 사라진 것을 보았다. 밤새 어민, 군인, 공무원들이 갖가지 기구를 동원해 부유물을 치운 것으로 보아진다. 하지만 넓은 바다에는 아직도 많은 나뭇가지며 쓰레기가 남아 있다.
이번 폭우로 부산의 낙동강 하류도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고 한다. 밑둥이 잘려 나간 통나무부터 냉장고 같은 생활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유물로 가득 찼고, 오탁방지막과 철제팬스 등 시설물도 상당수라고 한다.
진흙탕물이야 가라앉으면 되지만, 문제는 쓰레기와 오염물질이다. 장마가지고 폭풍이 오면 육지의 더러움이 씻겨 내려간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더욱 오염되는 것은 강과 바다인 것이다.
내항바닥은 쓰레기가 쌓여 썩어가고 연안은 백화현상과 적조현상이 심하다. 대양에는 아직도 수족자원이 풍부하지만 대형어류의 몸에서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이 발견되고 이를 잡아먹는 북극의 백곰에게서도 이러한 물질들이 검출돼 경고를 주고 있다.
바다는 수산자원을 포함하는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 자원 등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바다는 운송수단의 통로인 동시에 쾌적한 레저공간이다. 그러나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자정능력 범위 내에서는 안정성을 유지하지만 그 한계를 벗어나면 바다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결국 사람도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 모두가 환경친화적인 삶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꾸려나간다는 것이 우리 개개인에게도 정부 및 지자체에도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얼마만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번 폭우와 연안오염이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