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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 깨어 날 위험 이제는 큰 걱정 마세요

최승희 기자
등록일 2011-07-12 21:14 게재일 2011-07-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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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보조장비로 안전하게 마취시행

깨는 비율 50년 전의 10%로 줄어

외과, 마취과 분야의 괄목할 만한 발전으로 인해 부작용과 합병증이 빈번하던 옛날에 비해 현시대에는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시행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수술` 이라고 하면 되도록 피해 가고 싶은 기피대상임은 분명하다.

최근엔 영화, 드라마,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수술 중 각성과 관련된 내용들을 접하고 수술을 더욱 기피하게 되거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

실제로 50년 전엔 수술 중 각성의 빈도가 100명중 1명 정도였고 여러 가지 마취제의 발전, 숙련된 마취과 전문의들의 증가로 인해 수술 중 각성의 빈도는 점차 줄어 근래의 보고들에 있어서는 수술 중 각성의 비율이 1000명중 1명 정도로 10배 감소했다고 한다.

일반 수술보다는 제왕절개수술, 심장 수술, 외상 환자 수술 등에서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제왕절개 수술에서는 자궁수축력, 태반 혈류량 감소, 신생아 호흡저하를 피하기 위해 마취제를 적게 쓰는 경향이 있고, 혈량저하증이나 심부전이 있을 때 마취를 유지하기 위한 마취제 요구량이 심혈관계가 허용할 수 있는 정도보다 높아 각성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현대 의학에서는 의식을 대뇌 피질에서의 신경 억제와 흥분의 균형으로 보고 있다. 전신 마취시 마취제는 최면제 진통제 근육이완제 3가지로 분류되는데 최면제는 주로 GABA라 불리는 수용체에 작용하여 신경 억제 작용으로 의식의 소실을 일으키며, 진통제는 여러 가지 유해자극이 대뇌피질까지 전달되는 것을 약화시키고 심혈관계를 안정시킨다. 근육이완제는 신경근 접합부에 작용하여 수술 중 자극에 의하여 환자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수술조작을 쉽게 한다.

수술 중 각성이란 환자가 수술 중에 의식이 깨어 있어 수술 중에 일어난 일들을 수술이 끝난 후 기억하는 것이다.

최면제 진통제의 용량이 부족하고 근육이완제가 투여된 경우 환자는 의식은 있으나 움직이지 못하고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심리적 휴유증을 겪기도 한다.

마취제를 매우 강하게 쓰면 각성되는 경우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과하게 쓸 경우 심혈관 기능의 저하, 환자의 인지능력 감퇴, 수술 후 회복 기간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마취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나이나 체중 기타 의학적 변수에 따른 평균적인 마취제 요구량들을 숙지하고 있고, 환자의 자율신경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적절한 마취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일반 수술에서 수술 중 각성의 위험은 거의 없지만 항상 예외의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개개인에 따라 유전학적으로 마취제의 요구량이 다를 수 있고 나이가 많거나 심혈관계에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엔 적절한 마취 수준을 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보조 장비들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마취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그 중에 가장 널리 쓰이는 장비가 마취심도감시기 BIS(bispectal index)이다

BIS(Bispectral index)는 뇌파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석하여 0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최면상태 정도를 표시하는 기기이다. 수술 중 적절한 마취심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수술 중 원치 않는 각성상태의 발현을 방지하고, 마취제를 개개인에 알맞게 투여하는데 도움을 주어 마취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마취에서의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간단한 센서의 부착으로 모니터가 가능해 사용이 간편하고 환자에게 침습적이지 않다. 1990년대에 개발되어 1996년에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았으며, 모든 의료장비가 그러하듯 완벽하게 수술 중 각성을 방지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연구들을 통해 환자의 의식과 기억의 소실을 예견하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그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센서가 아직 보험이 되지 않아 비용의 부담이 약간 있지만 수술 중 각성이나 마취에서의 회복이 늦었던 과거력이 있는 사람, 노인, 비만인 환자 또는 수술 중 각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이러한 환자들은 주치의나 마취과 의사와 미리 상의하여 적절한 마취 방법의 선택, 추가적 장비의 사용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마취 중 각성은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이미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마취과 전문의들은 환자의 의학적 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발전된 기계를 사용하여 환자들의 안전한 수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들이 수술을 받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시행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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