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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빠진` 해병대, 강군으로 거듭나야

고성협 기자
등록일 2011-07-06 21:15 게재일 2011-0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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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최정예로 꼽히는 해병대가 흔들리고 있다. 군기가 풀렸다는 징후가 꼬리를 물더니 급기야 병사 4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해병대에서 이런 총기 사건이 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원래 해병대는 훈련과 군기가 센 부대로 정평이 나 있다. `귀신 잡는 해병`이란 애칭의 이면에는 위험하고 힘든 훈련의 땀이 배어 있다. 그런 강인함의 매력 때문인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해병대는 선망의 대상이다. 해병대에 입대하려면 만만찮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우수한 병력 자원이 몰리다 보니 해병대 병사들의 자긍심도 매우 높다. 그런 해병대이기에 이번 사건의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건 후 만 하루가 지나면서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과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표면적으로 김모(19) 상병의 범행 동기는 권모(20) 일병과의 `갈등 관계`로 추정됐다. 나이는 많은데 계급은 낮은 군 특유의 `지위 역전`에서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김 상병에 대해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데 있었다. 김 상병은 입대 전 인성검사에서도 `정신분열증 의심증세` 진단을 받아 자대에서 `일반 관심사병`으로 분류돼 있었다고 한다. 범행 직전 김 상병이 술을 마신 상태였고, 갈등을 빚었던 후임병을 죽이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금만 더 부대 지휘관들이 신경을 썼으면 불행한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군에서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부대 내 총기와 실탄 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김 상병이 소총과 실탄 75발, 수류탄 1발을 부대 상황실에서 훔쳐 범행하기까지 1시간 반 가량 시간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김 상병이 동료 장병들을 겨냥해 소총을 쏠 때까지 부대 내 누구도 총기와 실탄 분실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2명이 따로 보관하도록 돼 있는 총기관리함 열쇠도 사건 당일에는 1명이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 기저에는 `군기 문란`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군의 훈련과 경계 태세가 대폭 강화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도의 긴장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전·후방을 불문하고 군의 피로도가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말도 있다. 이런저런 나쁜 일들을 하루 빨리 떨쳐버리고 해병대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강한 군대`로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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