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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 5일장을 찾아서

윤경보기자
등록일 2011-05-20 21:34 게재일 2011-0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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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 오백원만 깎아 주이소”, “안됩니더. 500원 깎으면 원가도 못 건지니더…”

19일 오전 9시 안강 5일장이 열린 경주시 안강읍 양월리.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가 마을 뒷산에서 손수 캐 온 산나물을 바닥에 펼쳐 놓고 아주머니와 가격흥정을 벌인다. 또 다른 곳에서는 고추모종을 놓고 할아버지와 야채상인이 한참동안 흥정을 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이곳 안강장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5일장 규모로는 지역에서 가장 큰 안강장은 토종닭과 강아지, 고추모종, 참기름, 산나물류 등 시골향기가 듬뿍 밴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접할 수 있다.

안강장이 열리면 기계, 죽장, 강동을 비롯해 경주와 포항, 영천 등지에서 평균 1천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장날이 주말과 겹치기라도 하면 장터는 외지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무공해 채소와 산나물 등 각종 먹거리다. 또 대형마트 등에서 기계처럼 진열돼 있는 상품에서 느끼지 못하는 훈훈한 인간미와 정이 물씬 풍긴다.

또 토종닭, 오리, 오골계, 기러기, 칠면조 등 평소 보기 어려운 조류들도 볼 수 있다. 이들 조류는 마리당 5천~1만5천원에 살 수 있다.

안강장에 가장 흔한게 잡종견이다. 식육용으로 판매되는 잡종견은 마리당 상·중·하로 구분돼 10만원, 15만원, 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철망안에 갇힌 새끼고양이와 강아지도 새주인을 기다린다.

장터 주차장 맞은편에는 풀무질을 하며 직접 농기계를 제작하는 옛날식 대장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철물용접·절단·제작뿐 아니라 낫, 호미, 삽, 괭이 등 농기구를 주문받아 만들어 준다.

30여년째 이곳에서 달마대장간을 운영해 온 조봉용(67)씨는 “내가 어렸을 때 안강장이 열리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며 “아직도 잊지않고 찾아주는 농민들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강장의 또 다른 매력은 장터에서 먹는 국밥. 순대와 어묵 등을 넣고 돼지고기 내장의 비린내를 없앤 걸죽한 돼지국밥은 점심시간 때면 촌로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여기에 막걸리 한사발을 곁들이면 부러울게 없다.

안강읍에서 40년 넘게 장터국밥을 운영해 온 할머니의 국밥 맛은 일품이다. 장터국밥을 먹으면 그 세월만큼이나 구수하고 진한 뒷맛을 남긴다.

경북도내 5일 장만 찾아다니며 여자친구와 함께 즉석 어묵을 판매하고 있는 장충현(28)씨는 “안강장에서 3년 넘게 어묵 장사를 해오지만 올 때마다 활기가 넘친다”며 “이제는 우리 커플을 알아 볼 만큼 단골 손님도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전원주택에서 키울 토종닭을 사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박모(42)씨는 “안강장에 오면 우리 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 있어 좋다”며 “중학생인 딸에게도 어린시절의 추억거리를 남겨주기 위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장터 중앙에는 의류, 속옷, 양말, 주방용기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점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안강읍에 사는 구모(67)할머니는 “굳이 시간을 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5일마다 열리는 장터에서 필요한 물건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안강공설시장 김종희 번영회장(50)은 “안강장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제철에 나오는 싱싱한 채소와 산나물, 과일 등을 직거래로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곳에 오면 정이 넘치고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자랑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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