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단순 국제육상경기가 아니라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점검할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대회는 처음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관중동원과 국내선수가 없는 `그들`만의 잔치, 시민의식 부족 등 여전히 숙제를 남겼다. 그러나 트랙과 조명 등 경기장시설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되돌아보고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 관중동원 여전히 실패
이날 입장한 관중은 약 2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대회 조직위측이 파악한 관중수는 3만여명이고, 판매된 입장권수도 3만장 정도로 이론상으로는 엇비슷하다. 하지만 오후 6시30분 개회식때까지만 해도 관중석은 반도 채 차지않아 썰렁함을 더했다.
자발적으로 경기를 관람하러 온 관중수는 눈에 띄게 적었고 거의 시민서포터스, 대학생 홍보단, 초중고학생 초청석으로 채워져 여전히 개선돼야 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다만 어린아이 등 가족을 동반한 입장객이 간간히 눈에 띄어 그나마 과거 대회보다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드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특히 조직위는 6만석이나 되는 대구스타디움의 큰 관중석을 줄이기 위해 본부석 위쪽과 맞은편 3층 38개섹트를 플래카드로 장식해 만석을 4만2천석으로 줄이는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그래도 개회식까지 본부석을 중심으로 한 좌우양편 등은 거의 빈자리로 남아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국제대회인데도 외국인 관중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곱씹어 볼 부분으로 지적됐다.
조직위측은 8월 본대회 입장권 예매율은 현재 50%를 넘어섰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대회 결과 3만여중의 표 중 약 30%이상은 스타디움을 찾지 않아 사표 방지도 신경써야 할 것으로 꼽힌다. 조직위 관계자는 “무리한 관중동원은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므로 가능한 자발적 관중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8월 본대회는 세계대회이니 만큼 많은 관중이 찾아 대회를 빛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다.
□ 아직도 미성숙한 관전 시민문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만큼 국내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날 관중은 외국선수에 비해 우리 선수에게 지나치게 큰 호응도를 보였다. 외국 선수중에서도 딕스나 펠릭스 등 유명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인반면, 별로 이름없는 선수에게는 냉담한 면도 드러냈다.
술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나 관중석 곳곳에서 막걸리나 소주, 맥주, 통닭 등을 갖고 와 술판을 벌이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 남자 100m 경기가 끝난 오후 8시40분쯤 마지막 남자 3,000m 경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중들은 자리를 떴다. 좀 쌀쌀한 날씨탓도 있었지만 경기를 남겨 둔 선수들에 대한 매너가 아쉬운 부분이다.
김미영(42·수성구 시지동)씨는 “가족과 대회를 관람하러 왔으나 일부 관중이 야유회에서 하는 술판을 벌여, 시민의 한사람으로 기분이 상했다”며 “8월 본대회때는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 외국인, 그들만의 잔치
국내육상수준은 세계와 엄청난 격차가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 결과는 실망만 안겨줬다.
맨 처음 실시된 여자 1천500m경기에서 김미진 선수가 거의 한바퀴나 뒤지는 실력으로 꼴찌로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매 종목마다 국내선수들은 거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8월 본대회때는 더욱 기량이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므로 아예 그들만의 잔치가 될 공산이 불보듯 뻔하다. 박수를 칠 국내선수가 없는 실정에서 관중들이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게 사실.
그나마 국내 팬들을 조금이나마 위안케 한 것은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광주시청)의 깜짝 금메달 소식. 김덕현은 16m99를 뛰어 리반 샌즈(바하마.16m97)를 0.02m차이로 제치고 우승, 주최측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웠다.
하루 이틀만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육상꿈나무의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운영능력은 아직도 의문
선수소개시 전광판과 안내방송이 서로 맞지 않거나 안내방송 타이밍을 놓치는 등 대회운영의 미숙함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또 종목소개 순서도 뒤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은 경기후 “믹스트존을 통과하면서 여자멀리뛰기가 지연돼 30분이상 대기해 컨디션을 조절하는게 어려웠다”며 대회운영의 미숙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직위 실무진의 전문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경기진행중 조직위 직원 몇 명이 기록지 보는 법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 경기 당일날에서야 이러한 강의가 이루어져 아직 체계적인 교육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기록지가 미디어본부에 도착해야 되나, 한참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는데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 시설은 합격점
18억원을 들여 만든 몬도트랙은 반응이 좋았다. 펠릭스 등 이번 대회 우승자들은 한결같이 몬도트랙은 기록단축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다. 관중들도 기존의 붉은색 우레탄 대신 파란색의 트랙이 시각적으로 집중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울림현상이 적은 음향장비, 대낮보다 밝은 조도를 자랑하는 조명시설 등 시설에 있어서만은 어느 대회보다도 좋았다는 평가다.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는 대형 HID 스크린도 눈여겨 볼 만했다. 게다가 최첨단 계측 시스템에 수집된 선수의 기록과 순위는 실시간으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전달돼 경기장에서도 TV중계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직위는 국내에서 열린 육상대회 사상 처음으로 일본 세이코의 전자계측장치를 들여와 이번대회에서 테스트했다.
IT전문업체인 모나코테크놀로지는 이 계측장치에 입력된 선수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전광판과 TV화면에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이외 선수촌 조성 등 시설준비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