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안상수 대표 체제가 온건 친이계 성향의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 한나라당 소장파가 반발하는 등 신주류와 구주류 세력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당 쇄신을 내걸고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구성한 소장파 의원들은 비대위가 쇄신과는 거리가 먼 올드(old)한 인물로 구성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의원총회에서 인준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물러나는 지도부가 비상 대책위를 만든 건 한마디로 물러나는 장면 내각이 국가재건 최고회의를 구성하는 꼴”이라며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 대행이고,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11일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원들 총의를 모아서 결론을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도 사실상의 비대위 인준을 거부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떠나는 최고위원들이 해주는 것으로는 권위와 여러가지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며 “인준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의원들 다수의 얘기인 동시에 비대위 측에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며 의원총회 인준 필요성을 밝혔다
뿐만 아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소장파 간 싸움으로 비화되던 한나라당 쇄신돌풍에 친박(친박근혜)계가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주류`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정조준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주류`가 앞장서서 당직을 맡고, 또 당청관계를 조정하면서 일을 해오면서 이 장관은 주류 좌장으로 역할을 해왔다”며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당을 살리기 위한 상징적인 모습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국민에게 불신을 받은 요인인데, 이는 행정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그쪽에서 주문하는 사항에 일방적으로 부응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온 것”이라며 “정부 부처 내부에서의 가교역할을 했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친박계인 이한구 의원도 비대위 구성과 관련, “구성으로 봐서는 한나라당이 과거로부터 얼마나 탈출하려고 하는지 의심을 받을만한 수준”이라며 “지금 지도부는 다 책임지고 물러나는 마당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있는 원내대표가 당을 총괄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장파의 주장을 옹호했다.
구상찬 의원 역시 “기존 지도부가 비대위원장을 정한다는 것이 당헌·당규에 어긋나고, 상식에도 맞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친박계가 모두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며 “다만, 또 다시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자제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