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ℓ당 파네졸 함량이 0.15~0.5㎎으로 포도주와 맥주(0.015~0.02㎎)의 무려 10~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막걸리가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젊음과 열정으로 뭉친 30대들이 50~60대 장노년층이 주를 이룬 지역 막걸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끌고 있다.
■30대 젊음과 열정 녹아든 `청슬도가`
포항에서도 특히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북구 기북면 관천리에 최근 전통도가가 문을 열었다.
맑을 청(淸), 큰 거문고 슬(瑟), `맑은 소리를 내는 큰 거문고`라는 뜻의 `(주)청슬도가`다.
막걸리 열풍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청슬도가는 독특하고 깊은 술맛과 인적구성, 이 두 가지를 승부로 내걸었다.
술 맛은 양조장이 청정지역에 위치해 있고 우리쌀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슬도가의 가장 큰 경쟁력은 30대의 파워다.
청슬도가는 대표와 연구를 맡은 한정길(39)씨와 기획·홍보의 정광욱(36)씨, 판매·자금관리의 김정배(33)씨, 세 명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이들은 포항 철강공단 한 회사의 직장동료였다.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각각 다른 해외팀에서 근무하다보니 얼굴을 보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귀국 후 오랜만에 함께 경주 남산산행을 간 어느 날, 칼국수 집에서 마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 청슬도가 탄생의 계기가 됐다.
막걸리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막걸리 사업을 해 보면 어떻겠냐는 농담 섞인 진담이 나왔다. 그 당시만 해도 막걸리의 대중성이 낮아 당장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 명 한 명 회사를 정리하고 전세자금과 대출 등 각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하면서 사업은 구제화됐다.
양조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술 만드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포항 뿐 아니라 경주, 부산, 대구, 전주 등 전국의 유명한 양조장은 모조리 쫓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양조장이 영세하고 고령자가 운영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고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
몇 달 동안 눈으로, 귀로 습득한 양조 상식은 포항에서 유일하게 전통주 교육을 실시하는 청목 전통주 연구소를 접하면서 체계화됐다.
그러나 도가를 본격적으로 건립하면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자금을 모으기는 했지만 땅을 사고 공장을 짓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다고 매출실적이 있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중기청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몇 번의 수정 보완 작업 끝에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통주 교육을 통해 술 만드는 방법은 배웠지만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은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술 맛이 일정하지 않아 원인을 찾아야 했지만 노하우가 부족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수 십 번, 반복하고 반복한 끝에 만족할 만한 양조기술을 찾았고 최근 첫 작품 `옹해야`를 출시했다.
■105m 천연암반수 웰빙막걸리 `옹해야`
`옹해야`는 천연암반수에 솔잎을 첨가한 웰빙막걸리다.
주요 공략층은 20~40대 젊은 입맛이지만 입국방식과 누룩을 활용한 전통 제조방식을 모두 적용해 사실상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옹해야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이다.
현재 유통되는 막걸리 상당수가 수돗물을 사용해 간혹 화학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만 옹해야는 기북지역의 105m 천연암반수를 사용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올 초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옹해야에 사용되는 지하수가 음용수로 판정받아 품질 우수성을 드높이고 있다.
생산방식도 눈에 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막걸리의 90% 이상은 일본식 방식인 입국 제조방식을 사용한다. 입국은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생산성이 좋지만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누룩을 사용하는 전통방식은 깊고 풍부한 맛이 좋지만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어렵고 생산성이 낮다.
청슬도가는 이 두 방식의 장점만을 골라 새로운 제조방식을 개발, 옹해야를 출시했다.
마지막 특징은 솔잎을 첨가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솔잎을 술에 첨가할 경우 솔잎 자체를 첨가해 향만 내고 솔잎은 버리게 된다. 그러나 옹해야는 솔잎을 말려 분말로 만든 후 술 재료와 함께 발효시켜 첨가해 솔잎 효능을 100% 살렸다.
이 같은 특징으로 옹해야는 올 초 건립된 위덕대학교 막걸리 연구소가 외식 산업학부 학생 2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 두 개 제품을 출시, 타사 유명제품(4개)들을 모두 제치고 두 제품 모두 1·2위를 차지했다.
청슬도가는 옹해야에 이어 올 연말 프리미엄 막걸리를 출시하기로 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생명공학과 강선철 교수와 포항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또 내년 후반기에는 기북지역의 청정 사과를 이용한 청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꾸준한 제품 개발을 통해 청슬도가는 단순한 막걸리업체에서 벗어나 종합주류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계획 중이다.
한정길 대표는 “옹해야는 100%지하수를 활용한 웰빙막걸리다. 특히 우리 청슬도가는 품질보증을 위해 지역에서 운영 중인 다른 업체와 달리 생산과 유통, 홍보를 직접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며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