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9일 대구의 한 식당 방안에서 일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2명이 숨지고 1명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발견된 사건은 빚 독촉에 시달리던 부부의 마지막 선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대구 동구 지묘동에서 구모(54)씨와 박모(41여·여)씨 부부는 아들(16)과 함께 해장국집을 운영하며 소박하지만 단란하게 살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영업이 안돼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고, 빚은 금새 7천만원으로까지 불어났다.
이들 부부는 카드 돌려막기를 이용해 근근이 생활을 유지했으나 보험대출을 통해 빌린 1천만원과 지인에게서 융통한 2천여만원 등을 갚을 길이 없었다.
구씨와 박씨 부부는 고민 끝에 일가족이 동반자살하기로 모진 결심을 했다.
부부는 감기에 걸린 아들에게 수면제를 감기약이라 속여 잠을 재우고 나서 방에 연탄화로를 피워 같이 잠에 들었다.
남편 구씨와 아들은 끝내 숨졌지만 박씨는 문간에서 자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가볍게 중독이 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박씨는 경찰에서 “남편과 가정형편을 이야기하다 `이렇게 살바에는 차리리 죽자`고 의논했다”며 “우리가 죽으면 돌볼 사람도 없는 아들이 걱정돼 함께 죽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가스중독에다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까지 겹친 박씨는 지금까지 육체적 치료와 정신과 진료를 함께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박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낙현기자 kimrh@kbmaeil.com